"중국 젊은이들의 온라인게임 열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의 프렌드십 호텔.20여대의 컴퓨터를 마주 두고 한국과 중국 게이머들의 손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바쁘게 오가는 동안 객석에선 탄식과 함성이 교차했다.


이날 대회는 온라인게임 개발사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중국 파트너인 아시아게임과 공동주최한 '레드문 한·중 국가대항전'.


중국에 진출한 국내 게임업체가 현지서 처음으로 갖는 국가대항전인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 선수들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에 자신만만하게 대회에 임했다.


하지만 1시간반 가량의 '대결투'가 끝난 뒤 최종 승자는 광둥 출신의 대학생 주조빈군(19)이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제이씨의 백일승 부사장은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이 채 안됐는데도 중국 게이머들의 실력이 한국 선수들을 따라잡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산 온라인게임 인기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엔 3백여석의 자리가 가득찼으며 베이징TV 등 현지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우승을 차지한 주군은 "친구들 대부분이 한국 온라인게임을 하고 있다"며 "망빠(PC방)가 많아져서 온라인게임을 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편해진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천3백만명이던 중국 인터넷 인구는 연말까지 4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초 베이징 시내 한 블록당 1개꼴에 불과하던 PC방이 불과 1년여 사이 1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정도로 PC방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PC방을 찾는 중국 젊은이들은 '레드문''미르의 전설2''천년' 등 한국산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섣불리 뛰어들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인상은 여전했다.


정확한 통계 부재와 비즈니스에 있어서 '관시'(관계)의 중시,투명하지 못한 회계 등으로 애를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진출의 성패는 게임 자체보다는 현지업체 선정에 달려 있다"는 충고를 중국내 서비스를 준비중인 국내업체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베이징=산업부 IT팀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