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안전.그것은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 싶은 인간의 한없는 욕망,그 그늘에는 언제나 안전이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존재한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수십년간 다양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자동차에서 안전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숙제다. 하지만 우리 기억속에 안전한 자동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자동차가 있다. 바로 "볼보".베어링을 형상화한 화살표 문양의 특이하고 상징적인 엠블렘,라틴어로 "나는 구른다"란 의미를 가진 볼보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날씨와 얼어붙은 빙판길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1920년대에 태어났다. 자동차업계에선 이렇게 척박한 환경이 튼튼하고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대단한 아이러니인 동시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볼보의 광고는 수십년이 넘도록 우리들 가슴속에 오로지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으로 보인다. 거기엔 변함없는 철학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안전"이란 개념이다. 작은 볼보 승용차 위에 엄청난 크기의 트럭을 올려 놓고도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을 그린 실증적인 광고가 있는가 하면 탱크 철제금고 그리고 두꺼운 껍질을 가진 거북이를 통해 안전하고 튼튼한 자동차의 이미지를 구축한 직접 화법의 광고도 있다. 또 아무 카피도 없이 단순히 안전핀을 자동차 모양으로 상징해 "안전"을 강조한 광고도 있다. 크리에이티브 접근방식은 여러 경로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는 늘 동일하다. "안전한 자동차,볼보". 이 광고를 보자.단단한 모양의 호두,그 안에 또 하나의 호두가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엔 볼보 로고가 있다.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단단한 호두 하나로 보여준다. 자동차는 보이지도 않는다. 헤드라인이나 카피 문구도 없다. 단단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비주얼 그 자체가 카피가 되고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강하게 담아낸 볼보다운 광고다. 기나긴 세월 수없이 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한길만 달려온 볼보의 광고를 보면서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이리저리 흔들리는 요즘 세태에선 결코 찾아보기 어려운 우직한 아름다움을 배운다. < 문호상 금강기획 국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 mooncre@yah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