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까지 쉽게 국세청을 동원하려드니 안타깝습니다." 아파트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건설회사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내용을 통보하겠다는 서울시의 최근 발표가 나온 뒤 국세청 관계자가 내뱉은 푸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상승세를 뒤늦게나마 잡아보겠다는 서울시의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방식과 과정이 문제다.


특히 세무조사라는 국세청의 '칼'을 다분히 의식한 '국세청 통보'방침을 정하고 대외적으로 발표하면서도 정작 국세청과는 제대로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서울시의 의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다.


"각급 행정기관에서 통보하겠다면 그 자료는 받을 수밖에 없죠.과세자료로 의미가 있는지 당연히 검토도 해봐야 할 겁니다." 서울시에서 보내는 자료를 접수하고 내용도 세무행정에 도움이 되는지 들여다보겠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다는 표정이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언제든지 쥐고 흔들 수 있는,문간에 세워둔 쇠몽둥이 정도로 여기는 행정기관들이 적지 않다.


과외단속때는 교육부가 국세청을 동원하겠다 하고,의·약업 파업이 일어나면 복지부가 국세청을 거론한다.


물가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업자가 가격을 올릴 때 대안을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두는 행정기관도 있다.


이렇게 된데는 국세청 스스로의 전력도 한몫 했을 것이다.


심지어 정권차원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국세청이 동원됐다는 시비까지 더러 있었다.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어떤 조직보다 탁월한 금융계좌 추적 능력,그리고 세금문제에서 자유로운 사업자들이 흔치 않은 현실 등 국세청은 동원하기에 매력있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질을 바로 보자.국세청의 활동이나 세무조사가 특정한 분야의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세금업무는 어떤 행정보다 중요한 국가의 근간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세청의 의지다.


다른 부처를 위해 쉽게 나서거나 조사권을 스스로가 가볍게 다룬 적이 없는지 차제에 반성해볼 일이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