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뒤면 어버이 날이다. 세상의 어느 자식인들 효자를 자처할 수 있으랴만 요즘 대통령의 아들들만큼 어버이 날이 참담한 이들도 없을 듯 하다.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를 빗대어 '홍단 싹쓸이' 고스톱까지 유행한다는 대목에선 웃음을 짓기보다는 입맛이 씁쓸해진다. 필자의 단견일지 모르지만 한국의 역대 대통령중 '아버지'로서 가장 성공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생각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였던 이강석씨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등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에 비해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요즘은 출판사 사장으로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다. 필자와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전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여느 대학생과 별로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비록 당구장에까지 경호원이 따라다니기는 했지만) 각설하고,비단 김대중 대통령의 사례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를 봐도 대통령의 자녀,특히 '영식'들의 처신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현재 차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대권 주자'들과 그 자제들에게 들려줄 만한 서양의 고사 두 가지가 떠오른다. 첫째는 '다모클레스의 검'이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시우스왕에게는 다모클레스라는 신하가 있었다. 어느 날 다모클레스는 디오니시우스를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사람들이 바랄 수 있는 건 모두 갖추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에 디오니시우스는 다모클레스에게 자신의 옥좌에 하룻동안 앉아보도록 허락한다. 다모클레스가 좋아라하고 디오니시우스의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머리 위에 무엇인가가 매달려 있는게 아닌가. 그것은 말총 한 가닥에 매달린 날카로운 칼이었다. 놀란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우스가 해준 설명은 "난 항상 내 자리가 위태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리 위에 칼을 매달고 있다네"라는 것이었다. 이 예화를 한국적 상황으로 치환한다면 '다모클레스의 검'은 곧 대통령의 아들들이 아닌가 싶다. 한때 치솟던 대중적 인기도 아들이 처신을 잘못하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기에 하는 말이다. 또 하나의 예화는 '이카루스'의 신화다. 이카루스는 고대 그리스의 발명가였던 다에달루스의 아들.다에달루스는 아들과 함께 그 유명한 미노스 왕의 미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미로를 만든 후에 그는 무슨 일인가로 미노스 왕의 미움을 사 탑 속에 갇히게 되었다. 하늘을 통해 탈출하기로 작정한 다에달루스는 크고 작은 털을 밀랍으로 접착시켜 날개를 만들었다. 그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주면서 너무 높이 날지 말도록 신신당부했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에 밀랍이 녹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하늘을 나는 기쁨에 들떠 태양에 닿을 정도로 높이 올라갔고 결국 날개가 녹아 에게해에 추락하고 말았다. 자식으로서 아버지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날개'를 다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날개만 믿고 너무 높이 날려 하다가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전·현직 대통령의 자제들은 그 신화적 은유를 현실세계에서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우선 자녀가 책잡힐 만한 구석은 없는지부터 살펴보자'.요즘 상황만 보면 이 제안이 지나친 얘기만도 아닐 듯 싶다. limhyu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