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의 앤 아버 벤처타운에 자리잡은 현대.기아자동차 미국 기술연구소(HATCI). 지난 1986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캘리포니아주 디자인연구소와 치노.새크라멘토 연구소, 네바다주 데스밸리 시험장 등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 기능을 총괄하는 미국시장 개척의 전진기지다. 이 지역이 근거지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는 물론 근처 일본 도요타 등의 연구소와 비교해 연건평 1천평으로 규모도 작고 연구인력도 30명에 불과한 '작은 고추'이지만 거대 업체들이 현대.기아차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도록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소는 경쟁제품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물론 EF쏘나타와 그랜저XG의 품질 개선과 싼타페의 디자인.성능 개발 등을 통해 미국에서 현대.기아차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소의 최근 히트작인 싼타페는 도요타 RAV 4나 혼다의 CR V 등 경쟁 차종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대차 판매 신장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리딩카 역할을 하고 있다. 신차 발표 시기가 되면 연구소는 미국 현지의 소비자들을 불러 신차 모델과 같은 차종에서 인기를 얻은 경쟁업체의 차를 동시에 보여준다. 현지인들은 차의 내.외부 디자인에 대한 소감에서부터 구입 의향, 가격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한다. 신차 구매 고객들에겐 e메일, 전화 또는 방문 등을 통해 디자인의 불만사항, 향후 개선방향 등을 끊임없이 물어본다. 이렇게 얻어낸 소비자의 의견은 한국 내 디자인 부서에 전달돼 세부적인 디자인 변경에 반영된다. 연구소는 이처럼 미국시장용 차량 개발과 시장.메이커 동향 조사.분석, 현지 적용 사양 개발, 연료전지 등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각종 제휴 추진, 북미의 배기가스 및 안전도 규제에 대비한 기술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를 위해 여름철 기온이 섭씨 45도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나 겨울철 온도계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미네소타주 보뎃, 해발 2천m의 콜로라도주 에반스산, 고온다습한 텍사스 플로리다주, 저온다습한 캐나다 퀘벡주 등 혹서.혹한 지역을 돌며 차량 성능을 분석하고 보완한다. 김영우 연구소장은 "품질이 좋고 안전한 차를 만들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컨슈머 리포트'지에 추천 차량으로 올라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