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오너일가의 내부거래가 25일 증시에 대형악재로 부각되자 증권업계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거래내역은 이렇다.


LG화학이 보유중인 LG투자증권 지분 4.3%를 대주주에게 파는 동시에 대주주가 갖고 있는 LG석유화학 지분 14%를 매입하는 것.LG는 "LG증권의 지분을 팔아야 하는 형편이고 LG석유화학의 경영권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번 거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또 거래가 시장가로 이뤄진 만큼 주주가치 훼손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시의 반응은 냉담했다.


외국인은 LG화학뿐 아니라 LG그룹주를 무차별 매도했다.


LG가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이란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과거에도 LG그룹은 계열사 주식을 대주주에게 헐값에 파는 등 거래를 한 적이 있었다.


LG화학이 이번에 주당 1만5천원에 매입한 LG석유화학 지분도 지난 99년 5천5백원의 가격으로 대주주에게 판 지분의 일부를 되사는 꼴이다.


증시는 LG가 내부거래를 할 때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 때마다 LG그룹주는 외국인과 기관에 '왕따'를 당했었다.


그 당시 LG는 IR등을 통해 '재발방지'를 다짐하기도 했다.


LG주식이 올들어 다른 그룹주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시장이 LG그룹의 변신에 화답한 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거래가 다시 불거지자 증권가에선 '양치기 소년과 늑대'이야기를 비유하면서 냉소적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태가 1개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 시각이 손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LG측은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LG그룹은 시장이 왜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또 '자본가의 윤리와 금욕은 성숙된 자본주의를 위한 필수덕목'이라는 지적을 한번 쯤 떠올려 봐야 할 것 같다.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