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증시 폭락과 함께 4개월만에 1,300원을 무너뜨렸다. 지난해 12월 20일이후 장중 1,300원 밑으로 내려선 이래 처음. 엔화 강세의 여진을 우선 반영한 환율은 역내외의 손절매도가 이어지면서 속절없이 떠밀렸다. 업체 네고물량 공급도 이를 뒷받침했다. 외국인 주식순매도 지속, 주가 급락 등 증시 여건은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40원 낮은 1,298.6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1,200원대 환율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연중 최저치 경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은 전날 달러매수초과(롱)상태로 이월된 상태에서 개장직후 손절매도에 나섰으며 장중 포지션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이를 시행하며 낙폭을 넓혔다. 단기 급락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시 유입됐던 결제수요는 포지션 정리에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이에 기댄 달러매수(롱)플레이도 쉽게 꺾였다.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하락이 충분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매수초과(롱)상태인 국내 은행권과 함께 역외에서 동시에 달러되팔기(롱스탑)를 강하게 진행했다"며 "국내 시장은 롱스탑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으며 역외도 달러/엔에 대해 무거운 포지션을 손절매도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후장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강화될 지 쉽게 예측이 어렵지만 1,298원이 뚫리면 1,296∼1,297원까지 내려설 것"이라며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계속되는 등 원화절하 요인이 없음을 감안하면 1,300원이 저항선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어제 넘어온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결제수요로 소진하지 못했다"며 "전자업체 네고물량도 함께 실린 반면 외국인 주식순매도 등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월말을 앞두고 네고장세가 덧붙여지면 원화의 랠리가 다음주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급락 장세는 1,290원대 초반까지 진행된 뒤 외국인 주식순매도 등을 반영하면서 일단락될 것"으로 내다봤다. 밤새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엔 강세를 반영, 1,306원까지 낙폭을 확대한 끝에 1,305.50/1,306.50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6원이나 낮은 1,301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300원까지 내려섰다가 반발매수, 달러/엔 반등으로 10시 3분경 1,302.90원까지 되올랐다. 그러나 환율은 추가상승이 막힌 채 재반락, 11시 6분경 1,300원이 붕괴된데 이어 물량 부담을 감안한 손절매도가 계속되면서 49분경 1,297.9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도쿄에서 하락 흐름을 연장, 129.28엔까지 떨어진 뒤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소폭 반등, 낮 12시 16분 현재 129.50엔을 기록중이다. 미조구치 젬베이 일본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엔화 강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같은 시각 거래소에서 86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3억원 매도우위를 기록중이다. 순매도 규모가 커져 심리적으로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나 당장 영향력은 크지 않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