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蘭芝島)는 1977년까지 땅콩밭 사이로 미루나무 시원스레 뻗고 강가엔 갈대 무성하던 아름다운 꽃섬이었다. 그러나 78년부터 15년간 온갖 쓰레기를 버린 결과 죽음의 산으로 변했다. 93년 3월 쓰레기매립장이 폐쇄된 뒤에도 오랫동안 악취 진동하던 이곳은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푸르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자연의 놀라운 힘을 생생하게 보여주던 쓰레기산 난지도가 5월 1일 생태계 복원과 재생의 상징인 '월드컵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일대 1백5만평에 조성된 월드컵공원의 구성요소는 평화의공원 난지천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등 5개의 작은 공원이다. 평화의공원엔 자연정화 능력이 뛰어난 부들 아기연꽃 등을 심은 난지호수,난지천공원엔 옛 난지도의 모습을 본뜬 오리모양 연못이 있고,쓰레기산 꼭대기 하늘공원엔 억새 갓꽃 등 들풀 우거진 풀밭과 함께 가로등 및 침출수 펌프가동용 전력을 공급할 풍력발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을공원엔 퍼블릭골프장(내년 6월 완공예정) 공사가 한창이고,강변 난지한강공원엔 전통국궁장 캠프장 축구장 유람선선착장 등이 보인다. 월드컵공원엔 이밖에도 양서류와 파충류가 움직이기 쉽도록 통나무 등을 이용해 만든 생태통로나 5개의 소공원을 따라 흙길로 꾸며진 6.4㎞ 구간의 단축마라톤 코스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주차장에 장애인 전용통로를 설계하고 별도의 운동과 놀이공간을 마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공원은 접근하기 쉽다.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도착,경기장을 둘러본 뒤 근처 마포 농수산물시장에서 회를 먹고 장을 본 뒤 평화의공원을 거쳐 하늘공원에서 한강을 바라보거나 아예 강변으로 나갈 수도 있는 코스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산책로다. 또 월드컵이 끝나면 경기장 내부엔 대형할인점,복합영상관,체육시설,문화센터,전문음식점이 들어설 예정인 만큼 공원일대는 관광명소겸 휴식공간으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기쁘고 축하할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흙을 새로 덮었다곤 해도 아래쪽에선 침출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이고 섬세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만에 하나 월드컵대회 이후 청소년탈선지역으로 변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도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