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배임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몽원(鄭夢元.47)씨는 한때 재계 순위 12위에 오르기도 했던 한라그룹의 회장을 지냈던 인물. 한라그룹은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전 명예회장의 바로밑 동생으로 지난 77년현대양행 분사를 통해 일찌감치 현대그룹에서 독립했던 정인영(鄭仁永) 한라그룹 전명예회장이 일궈낸 그룹이다. 한라그룹은 한때 21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순위 1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몽원 전회장은 정인영 전 명예회장의 2남으로 고대 상대를 졸업하고 79년 현대양행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 85년 만도기계 전무, 89년 같은회사 사장을 거쳐 92년 한라그룹 부회장을 지낸데 이어 97년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무리하게 추진했던 조선사업이 걸림돌로 작용, 정 전회장은 부임한지 1년도 안돼 자신의 뜻도 펼쳐보지 못하고 그룹 해체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92년 이미 공급과잉 상태이던 조선업에 무리하게 진출, 단일조선소로 세계 5위의 선박건조능력을 가진 삼호조선소를 건립했지만 97년 불황이 닥치면서 부채이자가눈덩이처럼 불어나 한라중공업이 그룹 해체를 자초한 '미운오리'로 전락한 것이다. 한라그룹은 97년 12월 중공업 부도직후 연대보증을 섰던 다른 계열사들도 동반부도에 직면, 청산, 화의, 법정관리 등에 처했다가 각각 뿔뿔이 흩어져 과거 시절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그룹 자체가 완전 분해된 상황이다. 한라그룹의 골칫덩이였던 한라중공업은 지난 99년 현대중공업에 위탁경영 형태로 인수됐으며 그외 주요계열사였던 한라공조와 한라제지는 미국 포드사와 보워터사에 각각 매각됐고 만도공조는 스위스 UBS캐피탈, 만도는 체이스맨하탄 그룹에 각각 팔렸다. 현재 정 전회장은 한라건설 지분 10%, 만도 지분 20%, 한라라파즈시멘트 지분 7%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부도 직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뒤 이들 기업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