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23일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 기업들은 여러가지 돌발 변수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이날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만찬포럼에서 슈밥 회장은 '세계화와 한국'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경제의 침체 상황에서도 최근 한국이 이뤄낸 성과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이상철 KT 사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등 CEO(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 전세계 경제인들은 지난해를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한 해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 9.11 테러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모두에 심각한 안전 위험성을 노출시켰다. 엔론의 부도사태는 기업지배구조의 적합성과 투명한 회계제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세계경제 회복은 미국에 달려 있다. 하지만 미국의 투자 수요는 아직 약하다. 소비자들은 주가 하락에다 낮은 저축률, 높은 부채수준 때문에 역시 지출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이 다시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일시적인 회복이 가능하나 수요가 쉽게 깨어나지 않아 다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가 향후 경제성장을 제한하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세계 교역과 투자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일본 경제는 십년간의 스태그플레이션에 이어 최근에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허약성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미국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이들 이머징 마켓으로 유입되는 자본 규모도 지난번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그나마 전망이 밝은 편이다. 중국 경제는 국내 수요와 외국인 직접투자라는 성장 추진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이런 침체 속에서 한국이 이뤄낸 성과는 대단했으며 매우 인상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가 취한 금융부문 개혁과 기업개혁 공공개혁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이를 잘 말해준다. 조만간 노동시장 개혁도 잘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기본적인 도전은 이런 경제 침체기와 지연되는 경제회복 상황 속에서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투자 규모나 영업활동을 줄여야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적인 전략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만큼 시나리오를 세워 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고 중요한 경영수단(툴)이 될 것이다. 여러가지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돌발 변수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경제성장 안전문제 정책환경 및 기술적 변화 등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한 다양한 시나리오 경영을 전개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빠른 기술 발전과 함께 격심한 경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경영자들은 9.11 테러 사태가 야기한 것과 같은 새로운 종류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결국 기업 경영자들은 종업원 핵심사업 영업네트워크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종류의 활동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정리=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