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첨단카드 시연장 ] 핸드폰으로 신용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취재하기 위해 성남시청을 찾은 22일 오후. 시청 인근 몇몇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핸드폰으로 카드결제를 하는 공무원들을 하나 둘 찾아볼 수 있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성남시 정보통신과의 정창섭 계장은 "신용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가 그다지 많이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시민들의 관심이 예상외로 뜨거워 예상보다 빨리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성남시에서 핸드폰 결제 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은 시청 주변 뿐만이 아니다. 성남시에서 남한산성으로 나가는 황송터널에서도 핸드폰으로 터널 통행료를 내는 차량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이 세계 카드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비자인터내셔널 러스 야로 부사장의 말이 실감나는 현장이 바로 성남이었다. ◇ 성남시 현황 =성남시는 최근 국민카드 LG텔레콤 하렉스인포텍 등과 손잡고 휴대폰 결제 서비스의 상용화에 들어갔다. 핸드폰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곳은 성남시청 인근의 상점 식당 1백여곳과 황송터널 등에 한정돼 있다. 휴대폰 단말기도 2백여대밖에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카드 상품개발팀 강승열 차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말까지 가맹점을 1천여개 수준으로 늘려 본격적인 '카드리스(Cardless) 시대'를 열겠다는게 핸드폰 결제 솔루션 제공업체인 하렉스의 목표다. 이 회사는 젊은이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벅스 KFC 등 외식업체와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을 끌어들여 내년 말까지 전국 1백만 가맹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놨다. 성남시에서 2천여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경기운수를 끌어들이기 위한 막바지 협상도 진행중이다. 단말기 보급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LG텔레콤이 다음달부터 생산하는 단말기 전체에 신용카드 결제를 실시할 수 있는 IR트랜시버(적외선을 이용한 송.수신장치)를 장착하기로 했다. KTF도 5월부터 이 장치가 설치된 핸드폰 단말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모집과 단말기 보급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올해 1백억원 정도의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핸드폰을 통해 결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한국은 첨단카드 산업의 '시연장' =성남시가 최근 서비스에 들어간 신용카드 사용대금의 휴대폰 결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된 것이다. 핸드폰 PDA 등 무선통신 수단을 이용한 m커머스 분야는 한국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는게 노키아에서 발간되는 IT전문지 '더 피처(The Feature)' 존 기어랜드 기자의 설명이다. 비자코리아의 안성식 과장은 "2년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카드산업을 배우기 위해 유럽 일본 등 선진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이들 나라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한국이 세계 카드산업의 시연장으로 떠오르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이 신용카드 산업의 선두주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 덕분이다. 지난 2월 발간된 비즈니스위크에서는 "한국인의 60% 이상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며 주식거래의 70%가 온라인으로 이뤄질 정도로 한국의 IT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 과제는 없나 =아직 걸음마를 시작한 데 불과하기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국제표준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업계에서는 하렉스가 체택한 적외선 방식이 더 우수한지, 블루투스 방식이 나은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렉스의 강복희 이사는 "세계 무선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비자와 손을 잡고 전세계 2천3백만 비자 가맹점에서 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 자료협조:여신전문금융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