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신화'에 이은 '이강원 신화'가 탄생할 것인가. 오는 30일 공식 취임하는 이강원 외환은행장 내정자(52). 그는 행장에 내정된 후 김정태 국민은행장과 비교대상이 됐다. '제2의 김정태'라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본인이 싫건 좋건 이 행장 내정자에게는 당분간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김 행장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김 행장(동원증권 출신)과 마찬가지로 그는 증권업계(LG투자증권 LG투신운용)에서 자본시장의 생리를 체득했다. 요즘 은행권에 세를 확산하고 있는 '외인부대' 행장인 셈이다. 나이도 1950년생으로 김 행장이 주택은행장에 취임했을 때와 비슷하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국제감각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경력은 6년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증권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김 행장에 비하면 일천한 경력이다. 또 김 행장이 상대적으로 부실이 적고 영업분야가 단순한 옛 주택은행에서 은행경영을 시작한데 비해, 외환은행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 기업금융과 국제금융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행장 내정자를 보는 금융계의 시선이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행장 내정자 본인은 자신만만하다. "외환은행을 일등 은행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런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그가 내건 화두는 세 가지. '돈장사꾼, 위대한 은행, 날씬한 코끼리'가 그것이다. 이 행장내정자는 경제학 박사(존스 홉킨스대)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학자라는 말보다는 '돈장사꾼'이라는 말을 훨씬 좋아한다. "처음 대신증권에서 대신경제연구소 상무나 증권사 국제영업담당 상무중 한자리를 제의했을 때 주저없이 국제담당 상무를 선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때부터 돈장사를 평생직업으로 생각해 왔으며 은행장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한다"는 것. 이 행장 내정자는 외환은행이 돈장사로 성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과 집중'이 아닌, '포기와 집중'을 강조한다. "수익성이 없는 업무는 과감히 정리하고 장사가 되는 업무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외환은행의 우수한 인적구성과 독보적인 국제금융 능력을 살려 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금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가 던진 화두중 '위대한 은행(Great Bank)'은 'Good to Great(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까지)'라는 책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은 지난 15년 동안 미국 평균주가(S&P500)보다 3배 이상 주가가 오른 기업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 책에 소개된 기업들처럼 "외환은행의 주가상승률이 평균 주가상승률을 웃돌 수 있도록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이 행장 내정자의 목표다. 그는 "현재 외환은행은 부실여신을 상당부분 털어낸 좋은 은행(Good Bank)이지만 좋다는 것에 만족하면 위대한 은행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도 기업인 만큼 무조건 이익을 많이 내야 한다"며 "아직 적정한 주가수준을 단정할 입장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외환은행 주가가 훨씬 높아져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금융계의 관심인 합병과 지주회사 설립논의에 대해서도 '기업가치의 극대화'와 연결해 설명했다. "일류은행이 되기 위해선 자산이 1백조원은 돼야 한다"는 것. 다만 "합병이나 지주회사설립에 대해서는 그동안 외환은행에서 검토한 방안이 있을 것이므로 그 자료를 검토해본 뒤 자세한 구상을 밝히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공식취임까지 남은 기간은 약 1주일. 이 때문인지 "아직 내정자일 뿐"이라며 말조심을 하던 그는 조직운영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조직운영에 대한 철학을 그는 '날씬한 코끼리'로 표현했다. 미국의 경영자 잭 웰치가 제너럴일렉트릭(GE)을 '춤추는 코끼리'로 부른데서 빌려온 개념이다. "직원수가 7천명이 넘지만 기민하고 민첩하며 날렵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 '날씬한 코끼리론'의 골자다. 이런 조직을 만들기 위한 요소로 그는 '긴장(tension), 기강(discipline), 열정(passion)'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는 역시 인사정책을 강조했다. "나이가 아닌, 전문성과 능력을 인사의 기준으로 삼되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중용하겠다"는 것. 그는 이어 외환은행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금융서비스 기업(Financial Service Company)을 슬로건으로 내건 미국의 웰스파고은행이 벤치마크 대상"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은행은 과거처럼 단순히 예금이나 받고 대출이나 해주는 역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설계해 주고 고객의 자산을 맡아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외환은행장에 내정된 직후에는 그 배堧?두고 이런 저런 뒷말도 많았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외환은행장감이라는 점을 당당히 자부한다. "변화를 추진할 만한 패기와 거대 은행의 조직을 아우를 만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정받은 것 같다"는 말에서 그런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김정태 행장의 반만 따라가도 원이 없겠다"는 그의 말이 괜한 겸손으로만 들렸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 < 약력 > 1950년 광주 출생 서울고.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태국 타마사트대 경제학석사 미국 존스 홉킨스대 경제학 석.박사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대신증권 국제영업담당 상무 아시아개발은행(ADB) 금융전문위원 기아포드할부금융 사장 LG투자증권 부사장 LG투신운용 사장 외환은행장 취임 예정(4월30일) 부인 박영희씨와 1남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