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를 겨냥해 시비를 거는 광고가 늘고 있다. 구체적 데이터를 근거로 자사 제품을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는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비교.표시광고에 대한 심사지침"이 시행된 이후 특히 그렇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경쟁사와 자사 제품을 비교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광고가 부쩍 늘었다. 최근 등장한 대표적인 논쟁 광고는 청호나이스의 정수기 광고(제작 제일기획).경쟁사 웅진코웨이가 정수기의 선택 기준은 "필터 교환" 서비스라고 강조해온 것을 염두에 두고 청호나이스는 "품질에서 앞섰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속모델 원미경의 안타까운 표정,화난 표정이 화면에 나온 뒤 "잠깐!알고 마시자" "청호-흐르는 물 정수기"란 자막을 내세워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해 제대로 안다면 우리 제품을 사용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정수기 선택의 기준을 서비스에서 품질 자체로 돌리는 시도를 통해 해당 상품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고객의 주목도 끌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간장업계에도 논쟁 광고가 한창이다. 지난해 말 "자연 숙성된 양조간장 판매에만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대상은 올 초 "햇살담은 간장의 깨끗한 약속"이란 광고(제작 상암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선발업체 제품을 공격하고 나섰다. 타사 제품은 합성 성분이 든 산분해간장,자사 제품은 양조간장이라는 주장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콜드쥬스는 타사 제품보다 신선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광고(제작 대홍기획)에선 슈퍼마켓에서 장 보는 주부들이 오렌지를 고르면서 신선도를 따지다가 과일은 그냥 집어드는 장면에 "과일은 신선한 걸 고르면서 왜 쥬스는 콜드가 아니지"라는 멘트를 깔아 경쟁 업체를 도발하고 나섰다. 최근 이동통신 업계에선 KTF가 정보통신서비스 품질평가협의회의 통화품질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 품질이 1등이라고 주장하는 광고(제작 제일기획)를 내보내자 SK텔레콤은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능률협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가 1등이라고 맞서는 광고(제작 TBWA코리아)를 내세워 공방전을 벌였다. 국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성공한 광고 캠페인으로는 지난 90년대의 하이트맥주 광고를 꼽을 수 있다. 당시 하이트는 "암반수 논쟁"을 제기하면서 "깨끗한 물로 만든 깨끗한 맥주"라는 주장을 내세웠고 이 광고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오랫동안 2위에 머물고 있던 하이트맥주를 96년부터 1위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쟁을 유발하는 비교광고가 이뤄졌다. 비자카드의 논쟁 광고는 대표적 사례.비자카드는 96년부터 5년간 "비자는 어디서나 통용됩니다(It's everywhere you want to)"란 타이틀의 광고를 내보냈다. 비자카드 외에는 통하지 않는 곳을 장소를 거명하면서 당시 인지도 측면에서 앞섰던 타 업체를 집중 공격해 화제를 모으고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다. 일본에서는 92년 GM의 캐딜락이 닛산 인피니티Q45에 대해 비교광고를 시도했다. 여기서는 고급차 캐딜락과 일본산 인피니티의 연비,차량 크기 등을 비교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캐딜락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을 좁히는 성과를 거뒀다. 정건수 제일기획 수석은 "비교광고가 성과를 내려면 제품에 명백한 우위점이 있어야 하고 광고회사의 역할은 그런 차별적 우위점을 찾아내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에서 펩시가 아무리 효율적인 비교광고를 내세워도 코카콜라가 여전히 브랜드 파워에서 앞서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성공적인 비교광고를 만들려면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 시각에서 브랜드 파워와 가치를 높이도록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