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고의 주된 메시지 가운데 하는 연비 효율성이다. "기름이 적게 든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광고의 대상이 되는 차가 혁신적으로 연비를 개선했다든지 아니면 다른 차에 비해 연비 효율이 좋은 경우에 그렇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현대자동차 아반떼 린번 광고,후자는 대우자동차 티코 광고를 꼽을 수 있다. 요즘 같이 기름 값이 비싸고 지구 온난화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자동차가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초저연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전기 수소 등 대체연료로 달리는 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처럼 초저연비의 자동차를 흔히 "3리터 카(liter car)"라고 한다. 1백km를 주행하는데 단 3ℓ의 휘발유면 충분하다는 뜻을 담은 말이다. 연비가 리터당 33.4km 인 셈이다. 어림잡아 1.8ℓ콜라 페트병 하나 정도의 기름이면 서울 시내에서 바다 구경하러 월미도 정도는 쉽게 간다는 얘기가 된다. 세계 최초로 양산 판매된 3ℓ자동차는 폴크스바겐의 루포(Lupo) TDI다.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캠핑용 등불에 들어가는 양의 기름이면 32km를 갈 수 있는 차이다. 시리즈로 만들어진 다른 광고들 역시 유화용 붓을 빠는 기름,지포 라이터 등 우리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적은 양의 기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처음 이 광고를 보았을 땐 연비가 뛰어나다는 걸 과장해서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ℓ로 1백km를 간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하고 있어 과장이 아니라 그저 놀라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다시 한번 경악하게 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지난 15일 폴크스바겐은 드디어 1ℓ자동차를 내놓았다. 1ℓ로 1백km를 간다는 말인데 보통 자동차 연료량인 45ℓ를 기준으로 볼 때 기름 한번 넣으면 서울-부산을 4번 왕복하고도 남는다는 얘기가 된다. "기름 한번 넣고 서울-부산 왕복"을 외치던 국내 한 자동차업체의 주장이 그저 무색할 뿐이다. 폴크스바겐 광고를 보면서 자동차 생산 세계 5위국 위상에 걸맞게 우리도 하루 빨리 이런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름을 절약할 수 있고 환경보호에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 양웅 금강기획 국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 woong@diamon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