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에 있는 스탠퍼드대.캠퍼스 건물 전체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마치 중세 유럽의 사원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선 '수도승(학생)'들이 '사원(대학)'이 정해놓은 틀에서 한치라도 어긋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만 같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사회학)는 그러나 스탠퍼드의 학풍으로 '자율성'과 '실용성'을 꼽는다.


"스탠퍼드는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엄청난 자율을 줍니다.


처음 스탠퍼드에 온 사람들은 기초체계가 하나도 잡혀있지 않은 학교로까지 오해할 정도지요.


심지어 교수 3명의 지원만 받으면 학부생이 자기만의 전공을 스스로 만들어 졸업할 수도 있습니다.


학문도 실용적인 것을 강조합니다.


이런 자유로운 학풍속에서 실리콘밸리가 탄생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흔히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는 산학협력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과수원 지역이었던 곳이 오늘날 전세계 IT(정보기술)산업을 주도하는 첨단 산업기지인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산학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스탠퍼드의 제도정비 노력을 들 수 있다.


스탠퍼드는 1950년대부터 대학 주변부지를 하이테크 업체들에 장기 임대하면서 '스탠퍼드 산업단지'를 조성해왔다.


대학에서 발명한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기술인가처'를 설립해 특허출원부터 기술거래에 이르는 전과정을 전담하고 있고 '명예협동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체들의 연구인력을 대학에서 재교육한다.


한국도 최근 들어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스탠퍼드처럼 대학내 산학협력단을 설치,기술 거래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고,학교부지를 기업체에 장기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문제는 이런 '하드웨어' 정비와 함께 '소프트웨어'개선도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 내는 대학이 한국엔 과연 몇이나 될까.


뭐가 됐든지 뚜렷한 학풍이 있는 우리 대학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씁쓸했다.


팔로알토=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