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4분기에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리는등 거침없이 잘 나가는 삼성이 오히려 위기를 걱정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을 본격화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은 19-20일 1박2일간 경기 용인의 연수원에서 삼성전자[05930] 윤종용부회장, 삼성SDI[06400] 김순택사장, 삼성전기[09150] 강호문사장, 삼성코닝 송용로사장등 삼성의 전자계열 4개사 사장단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구조본 주요 임원 등2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2010년까지 세계 전자업계 `톱(Top)3'에 진입한다는 중장기전략을 수립했다. 이번 합숙회의는 이건희회장이 지난달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 전자업체들의 동향을 보고받고 밀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합숙형태의 회의를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이회장은 당초 이번 사장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의 며칠전에 참석을 결정, 19일 오후에 4시간 가량 회의에 들어와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대비해야 한다는 요지의 `준비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5-10년뒤 무엇으로 세계 1위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중장기 전략과 목표를수립하고 사업부간의 원활한 협동을 통한 첨단기술 및 초우량 인재의 조기 확보, 국민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사명감 인식 등도 주문했다. 이회장은 "성과가 좋을 때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을 가져야만 극심해질 도전을이겨낼 수 있다. 93년 신(新)경영때 10년을 내다보고 대비했던 것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창사이래 최대의 경영실적을 내는 바탕이 됐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회장은 또 "반도체, 휴대폰, TFT-LCD 등을 중심으로 삼성 제품의 수출비중(2001년 257억달러, 국가수출의 16.3%)이 높아짐에 따라 삼성이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느냐가 국가적으로 영향도 크게 됐다. 국가경제의 주축을 이를 국민기업으로서 역할과 사명감을 깊이 인식해 더욱 분발하라"고 사장단에게 당부했다. 이회장이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것을 주문한 만큼 회의 분위기는 과거신경영을 선언할때 만큼이나 긴장감있고 진지했다고 삼성측은 전했다. 삼성에 따르면 소니 디지털TV, 델 컴퓨터, 노키아 휴대폰 등 세계 1위를 하는 14개 기업과 중국 하이얼 등 최근 무섭게 부상하는 4개 기업의 제품.기술전략을 분석하는 것으로 19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20일에도 오전 8시부터 저녁때까지 마라톤회의가 계속됐다. 회의장에는 소니 등 주요 경쟁업체들의 PDP 등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 홈시어터시스템 제품을 전시, 이회장과 사장단이 이들 제품과 삼성 제품의 핵심경쟁력을비교.점검해보고 중장기전략을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사장단은 2010년의 비전을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하는 회사'로 정하고디지털 오디오/비디오(A/V) 제품의 조기 일류화 추진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온갖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시대를 맞아 그동안 각자생존에 급급하거나 자기 품목만 키우면서 각개약진을 해온 사업부간의 `협동'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회장도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빠른 시장변화에 앞서기 위해 사업부간의 원활한 협동으로 첨단기술력을 시급히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에따라 회의에서는 차세대 주력제품 육성에 필요한 협력과 중복이 예상되는사업의 정리 문제 등을 놓고 서로 사업영역의 구분없이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갔다. 사장단은 이같은 논의를 통해 홈, 모바일, 오피스 네트워크, 핵심부품 등 4대전략사업군별로 1위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구축키로 해 앞으로 전략 핵심사업 위주의 사업재편나 중복사업의 교통정리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디지털기술의 융합에 따른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아주 적적할시기에 회의가 개최돼 심도있게 많은 논의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 참석자들이 일제히 공감했다"고 말해 회의의 성과가 상당히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