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대 토목공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리비아 대수로' 건설공사를 진두 지휘하며 사막의 신화를 낳은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59)이 경영에서 물러난지 4년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동아건설이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최 전 회장의 복귀 배경과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은 '찻잔속의 태풍'이라며 별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동아건설 재건을 위한 '본격적인 경영복귀 신호탄'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이 파산법인의 대표이사직을 수락할 만큼 경영복귀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앞으로 진전될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회장의 복귀는 동아건설 노조와 소액주주모임(대표 최준영)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두 단체는 최 전 회장이 지난 98년 5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꾸준히 복귀운동을 벌여 왔다. 이들은 동아건설에 대한 파산절차를 폐지하고 강제화의를 통해 회생을 일궈내려면 최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때문에 최 전 회장의 복귀가 결의된 이날 임시주총장은 잔치 분위기였다. 하지만 업계와 정부의 시각은 냉담한 편이다. 정부와 법원이 지난해 동아건설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파산선고를 내렸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 전 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동아건설의 경영은 법원이 임명한 파산관재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동아건설 파산관재인 권광중 변호사는 최근 "파산회사의 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집행기관으로서 경영권이 없다"며 "최 전 회장이 이사로 선임되더라도 이는 경영복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동아건설의 경우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어 최 전 회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 소액주주들이 명분으로 내세운 파산절차 폐지 및 강제화의 전환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채권단의 75%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쌀쌀한 분위기 속에서도 해외건설분야를 비롯한 업계 일부에서는 최 전 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동아건설을 둘러싼 경영상황이 변하면 최 전 회장이 다시 일선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또 동아건설의 해외수주에 최 전 회장이 적임자이고 회사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면 기회를 다시 한 번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보이고 있다. 특히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추가 공사를 수주하려면 리비아측이 협상파트너로 강력히 원하는 최 전 회장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임시주총을 앞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리비아 국가 원수인 카다피는 의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대수로 3,4단계 공사 발주를 앞두고 최 전 회장을 카운터파트너로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배경 설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