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정보를 외부에 유출한다고 의심되는 직원들의 e메일을 불법으로 감청한 간부사원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한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의 최근 사례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과거 e메일 관련 범죄사건들이 여럿 있었지만 사내감청 혐의로 형사처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각종 명목으로 개인정보 감청을 예사로 여기는 풍토에 분명한 경종을 울렸다고 볼 수 있다. 비단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사내 e메일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공공기관 할 것 없이 사내 e메일 외에 개인적으로 별도의 e메일 계정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감청에 대한 우려 때문에 휴대폰을 여러개 가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물론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이 확산되고 e메일 사용이 폭증하면서 직무관리나 정보관리가 대단히 복잡한 환경에 직면해 있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직원의 직무충실도 점검이라든지 각종 기밀보호 등을 위해 기술적으로 보다 고도화된 감시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감시시스템으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목적을 달성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신뢰가 깨지고 프라이버시 침해가 현실화될 경우 빚어질 부작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폐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수사기관의 활동 등 사회적 명분을 갖는 일조차 프라이버시 보호를 고려해 제한하려는 최근의 추세와도 부합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당사자의 동의없이 e메일의 내용을 들여다 보고자 할 때 일반 압수수색 영장인 아닌 감청영장을 발부받도록 한다는 내용의 요건강화 조치를 이미 취한 바 있다.그렇지 않은 불법감청의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음도 물론이다.이는 사이버 공간상에서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그만큼 인식했기 때문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프라이버시 보호는 중요한 과제다. e메일이 단순한 통신수단으로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는 물론 진단처방을 비롯한 의료정보 등 응용영역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에 있는 만큼, 신뢰나 프라이버시 보호는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매우 긴요한 일이다. 이번 일을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