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5조2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데 이어 올해엔 11조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는 금융감독원의 전망은 반가운 소식이다. 한때 국가 경제를 위기상황으로까지 몰고갔던 진원지가 은행이었는데 그같은 은행이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고, 그것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은행의 수지가 이처럼 개선된 데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을 털어낸 영향이 있고, 환란 이후 4년동안 은행의 임직원수를 39%나 줄이는 자구노력, 선진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영업전략도 있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은행이 더이상 국가경제의 짐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 것은 어쨌든 평가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은행의 이같은 실적호전 추세가 지속성을 지닐 수 있겠느냐 하는 데 있다. 국내은행의 지난해 수익구조를 보면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수익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 순(純)대손상각비 부담으로 이것이 30.1%나 줄어든 데 있다는 것은 이익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기반조성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영업이익에 크게 기여한 주력부문이 신용카드 수수료, 가계대출 이자, 국공채 이자 등 3개부문에 집중돼 있는 것도 취약한 수익기반의 일면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들 소지가 있고, 가계대출은 잠재적인 부실요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국공채 이자도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더욱이 은행의 주업무가 예금과 대출인 터에 전체 세전이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3.8%밖에 안된다는 것은 은행 본업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은행으로선 수수료 수입 등 단기적인 수익에 매달리기보다 중장기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금융감독원은 은행으로 하여금 남아있는 부실채권을 정리케 하는 등 자산건전성을 높이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구조조정등 선진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다. 금감원에선 국내은행의 1인당 총자산과 순이익 등이 미국 상업은행의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총자산이익률(ROA)이 0.66%로 선진국 우량은행의 1~2%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등 자산활용도가 뒤지고 있는 대목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