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러스 원 TV(95년),34인치 평면 모니터 아이트론(2000년),세계 최대 63인치 PDP TV(2001년)...

삼성전자의 히트작들이다.

TV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은 의례 4대 3으로 여겨지던 95년,삼성은 12.8대 9 비율의 와이드 TV 명품 플러스 원을 개발했다.

"숨겨진 1인치를 찾았다"는 광고카피로 유명한 이 제품은 그 해 국내 시장에서 29인치 제품군중 45%를 점유하는 성공작으로 기록됐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 등 전자계열사들의 공조 체제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좌우 화면을 8mm씩 더 보여주기 위해서 브라운관(삼성SDI),유리벌브(삼성코닝),핵심 부품(삼성전기)을 모두 새로 만들어 냈다.


◇신제품 공동 개발='명품 플러스원'프로젝트는 유난히 다큐멘터리 시청을 좋아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TV는 방송국이 송출한 화면의 80%만을 보여준다는 말을 듣고 1995년 내린 지시에 따라 시작됐다.

전자계열 4사는 55명의 연구원과 2백27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연구원은 전자 SDI 전기 코닝 등 4개사 모두에서 차출됐다.

실무 엔지니어들은 각사 연구실에서 따로 제품 개발을 추진하면서 한 달에 두세 번씩 만나 진척상황을 체크했다.

삼성전기가 만든 편향코일(DY:영상신호를 화면으로 펼치는 부품)과 고압변성기(FBT)를 삼성SDI의 브라운관에 조립해 보고 삼성전자가 만든 세트에 다시 끼워보는 작업이 7개월간 반복됐다.

영상사업 담당 연구실장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상품 출시시기를 조율했다.

4사의 공조체제는 2000년의 34인치 평면 TV용 브라운관 개발에서도 빛을 발했다.

'오메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이 제품 개발에서 삼성SDI와 삼성코닝은 1천도 이상의 고온으로 대형 유리표면을 눌러 펴는 공정 기술을 사용해 34인치 평면 브라운관을 만들어냈고 삼성전기는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인 DY를 개발했다.

이로써 34인치짜리 대형 평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화면부터 뒤통수까지의 길이인 뎁스(Depth)가 일본 경쟁사보다 10㎝ 짧은 TV용 브라운관 '아이트론'이 나왔다.

신제품 개발은 전자계열 4개사의 수직계열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재조 삼성전기 상무는 "세트와 부품의 최고 기술진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함에 따라 신제품 개발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또 삼성전자 마케팅 인력이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상품화에서도 경쟁사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행이 쉽게 바뀌는 휴대폰은 신제품 출시 간격을 얼마나 좁히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전자회로기판(MLB)을 개발할 때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기술자를 파견해 열흘간 상주시킨다.

MLB는 회로를 세트와 맞춤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유기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상무는 "MLB 회로 설계가 끝나자마자 바로 세트 안에 장착해 상품화할 수 있어 제품개발 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제 개발-투자 집행-상품화가 유연하게 추진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6개월 빠르게'라는 삼성전자의 속전속결 마케팅 원칙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공조의 축 사장단 회의=실무진의 협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다.

이 회의는 이건희 회장 주도로 매년 두 번씩 열리고 있다.

모임의 장소는 주로 승지원이지만 그때그때의 형편이나 전략적 목적에 따라 다른 곳을 택하기도 한다.

최근엔 중국 상하이(2001년 11월)와 미국 오스틴(2000년 2월)에서 열린 적이 있다.

전자 SDI 전기 코닝 테크윈 모직 SDS 등 삼성 전자계열 사장단은 오는 19일 용인 창조관에서 다시 회동한다.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주제로 디지털 제품 융합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업영역 조정문제를 논의한다.

사장단회의에서 큰 그림이 그려지면 사업부장급 임원들은 새로운 전략에 따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구체적인 제품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이외에도 제품군에 따른 소모임들이 많다.

이형도 부회장이 최근 중국 본사로 떠나기 전까지 의장이 돼 지휘했던 '관계사 협력회의'는 무선통신 기술 개발을 위해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기태 삼성전자 텔레콤네트워크 총괄 사장,배철한 삼성SDI 종합연구소 부사장,김재조 삼성전기 종합연구소 상무를 멤버로 분기에 한 번씩 열렸다.

◇안정적 부품 공급원=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은 안정적인 부품 공급원이다.

후발 가전회사였던 삼성전자가 1970∼80년대 TV 사업을 캐시카우로 성장시키는데 든든한 원군이 됐다.

삼성전자는 일본업체에 휘둘리지 않고 TV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해외 업체와 5대 5 합작으로 1970년 삼성NEC,73년엔 삼성산요전기와 삼성코닝을 각각 설립했다.

초기엔 완벽한 수직계열화였다.

부품 회사들은 매출의 1백%를 삼성전자에 의존했다.

삼성코닝이 유리벌브를,삼성산요전기가 DY를 만들면 삼성NEC가 가져가서 브라운관으로 조립해 삼성전자에 넘기는 식이었다.

이후 관계사 매출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부품 계열사는 여전히 안정적인 부품 공급원이다.

삼성전자는 직접 생산하는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를 제외한 디스플레이류 전량을 삼성SDI에서 사온다.

13가지 휴대폰 주요 부품은 삼성전기에서 받는다.

애니콜에 들어가는 진동모터는 1백%,MLB는 80%가 삼성전기 제품이다.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 부문 사장은 "삼성 PDP TV가 후지쓰나 샤프같은 일본 선발주자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계적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SDI를 안정적인 모듈 공급처로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초박형 고급 디지털TV인 3세대 TV 시장에서도 1위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HD TV 제조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PDP 및 LCD 관련부품 생산체제가 수직계열화돼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특별취재팀=이봉구 산업담당부국장(팀장),강현철,이익원,조주현,김성택,이심기,정지영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