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은 건 인간 누구나의 간절한 욕망일 것이다. 그래서 곧잘 기원전에 살았다고 하는 중국 전설 속의 동방삭(東方朔)을 들먹이며 부러워 한다. 그는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다고 하니 무려 18만년을 산 셈이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지만 천도복숭아를 즐겨 먹어 오래 살았다고 전해진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나선 것도 장수에 대한 염원이었음은 물론이다. 우리 풍습에도 장수에 대한 많은 비방(秘方)들이 구전되고 있다. 노쇠해 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기(童妓)를 끼고 잔다든지, 특정한 약초를 먹는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채만식의 소설 '천하태평춘'에는 이것 저것 먹어도 별 효험을 보지 못한 영감이 정력을 보강하기 위해 너덧살 먹은 소년의 오줌을 매일 마신다는 장면이 나온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세번 모두 소녀하고만 결혼했다는 사실 역시 우리네 풍습과 전혀 무관치 않아 보여 흥미롭다. 20∼3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의 수명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어졌다.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의술이 급속도로 발달한 덕택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도 75.9세(WTO 조사)로 늘어났다. 60세가 돼 오래 살았다고 딱 부러지게 차리던 환갑상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이런데도 우리 평균수명은 OECD국가 중 최하위라고 한다. 더욱이 몸이 아프지 않고 정상생활을 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66세로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결국 10년 동안은 질병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감안,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건강수명을 75세로 끌어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암 검진율을 높이고 만성질환을 국가가 관리하고 치매환자를 위한 치료기관을 확충하는 것 등 50여개 정책과제를 수립했다. 국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든다 해도 건강은 자기 자신이 지키는 것이다. 소식(小食), 적당한 운동, 편안한 마음, 절제된 생활이 결국은 건강수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김질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