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투쟁일변도였던 노동계 일각에서 최근 대화와 협력에 입각한 새로운 노동운동을 주창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으로 재선임된 배일도씨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제3노총'설립 움직임이라고 하겠다. 공기업노조를 구심체로 하여 교원 보건의료 공무원노조 등을 묶어 기존 한국·민주노총과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노동단체를 만든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계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두 단체로 갈라져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또하나의 상급노동단체가 필요한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또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공공노조를 한 울타리 안에 묶는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발전노조 파업의 결말에서 보듯, 민주노총의 물리적 대응방식이 해결능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강성 노동운동에 대한 자기반성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꼭 제3노총의 출현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전통적인 투쟁일변도식 노동운동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회사가 파산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노조는 강경노선과 극한투쟁을 고집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 우리 노동계의 현실이다. 국가기간산업노조의 파업으로 시작됐던 올해의 임단투쟁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한 고비를 넘긴듯도 하지만 발전노조가 노·정합의서를 폐기하고 제2차 파업을 경고하고 있는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혹시라도 월드컵과 대선 등의 '호기'를 이용해 강경투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노동세력이 있다면 이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우거일 뿐이다. 우리 노동계도 이젠 선진형 노사문화가 추구하는'경제조합주의'로 노동운동의 방향을 바꿀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