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여름도 가까워졌다.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또 사람들은 차를 몰고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휴가시즌은 휘발유 수요가 가장 고점에 이르는 때다. 이에 반해 공급은 그리 원활하지 못하다. 인위적으로 생산량이 통제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말부터 꾸준히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말과 비교해 OPEC의 하루 생산량은 5백만배럴 정도 줄었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미국내의 휘발유 가격은 몇주안에 갤런당 25센트 정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자원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에너지부는 석유제품의 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가격등락은 서민들의 생활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석유가격 상승은 경제에도 큰 타격을 가한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어 그동안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온 소비지출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민 모두 석유제품의 가격상승을 바라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이미 단기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시행에 들어갔다. 매점매석 등으로 인한 휘발유 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감시하기 위해 현재 가동중인 소비자 핫라인을 보다 활성화할 생각이다. 중장기적인 조치도 마련중이다. 다음달 열리는 선진8개국(G8) 에너지 장관회담에서 회원국들은 석유가격안정을 위한 협력을 구체화할 것이다. 조만간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하는 '북미 에너지 실무기구'를 만들고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도 긴밀히 유지할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유가 시대에 맞는 '적절한' 에너지 정책을 갖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은 최근 행정부가 작성한 '포괄적인 에너지 법안'에 집약돼 있다. 이 법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포함돼 있다.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에너지분야 투자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계 석유메이저들의 해외유전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 사항이다. 그렇지만 '포괄적 에너지 법안'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내 원유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중동전쟁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도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민들은 미국의 석유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환경보존을 내세우며 무작정 유전개발을 반대하는 경향도 강하다. 격동의 시대에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법이다. 환경친화적으로 자원을 개발한다면 자연파괴를 최소화하면서도 막대한 경제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필요한 곳은 알래스카의 북극권 야생동식물보호구역(ANWR)이다. 이 곳은 한마디로 자원의 보고다. 원유의 경우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장량이 엄청나다. 적게는 하루 1백만배럴에서 많게는 하루 1백억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ANWR의 유전개발에 성공한다면 이라크의 35년치 생산분에 해당하는 원유를 채굴할 수 있다.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미의회는 행정부가 마련한 '포괄적 에너지 법안'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이 글은 스펜서 에이브러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 8일 '에너지부의 2·4분기 전망'을 발표하기 앞서 가진 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