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침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5일 근무제를 이달부터 시험실시하겠다고 나섰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고쳐 매달 넷째주 토요일을 휴무키로 한 것이다. 발표대로라면 어디까지나 전면시행에 대비한 '시험'이고, 영향과 대책을 미리 파악해 국민불편을 줄이기 위한 사전준비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반대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시험실시 그 자체만으로도 기업 또는 국민생활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우선 정부가 노조를 의식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서두르는 방편으로 이같은 계획을 마련했다면 참으로 위험스런 일이다. 만에 하나 그런 의도가 숨어 있다면 당장 거둬들이고,노사합의 이후로 미뤄야 마땅하다. 노·사·정 합의가 늦어지는 건 그로 인한 경제·사회적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또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공직자들부터 먼저 실시하는 것 자체도 앞뒤가 뒤바뀌었다. 기업이 일하고 싶어도 관공서가 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놀아야 한다면 이는 행정서비스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민간부문에서 먼저 이뤄지고 공직사회가 뒤따라 가는 것이 순리다. 이번에 발표된 시험실시 계획의 목적과 내용을 뜯어보더라도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기업이나 학교가 종래대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문제점을 찾아내고 무슨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인가. 시험실시 방법도 문제다. 토요일은 쉬되 평일에 4시간을 더 일하도록 함으로써 주 44시간 근무는 그대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즉 노동시간을 주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형태다. 정부는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않고,상용 일용직은 토·일요일 근무 등으로 소득보전을 해주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주5일 근무의 시험실시라고 볼 수 있겠는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불완전한 방법의 시험을 거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민간부문에 강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평일의 초과근무가 형식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면 결과적으로 근로시간만 줄어들고,급여는 그대로 유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시험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특히 공직사회의 시험을 민간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주5일 근무제는 워낙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노·사·정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