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불황 직격탄에다 월드컵 공포까지' 국내 관광산업의 달러박스로 통했던 면세점들이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계속 줄어드는데다 오더라도 씀씀이가 예전의 절반에도 못 미쳐 면세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에게 매출의 80% 이상을 의존해온 면세점들은 덤핑에 가까운 연중세일과 기념품 제공 등 온갖 매출 올리기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중국 본토 면세점들의 급성장도 국내 면세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와중에 일본 최대 여행사인 JVT가 중국에 여행 초점을 맞추겠다고 최근 공식 발표,한국 면세점 업계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5일 면세점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공항 터미널 보세구역.오가는 사람들에 비해 면세점에 들러 물건을 사는 외국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면세점 직원들은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코너마다 물건을 고르는 일본인들로 북적였는데 요즘은 한산하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 의존 비율이 90%를 넘는 서울시내 면세점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D 면세점의 한 직원은 "루이비통 가방을 1년 전에는 하루 4∼5개씩 일본인들에게 팔았으나 올 들어선 하루 한 개도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3∼8월까지 한달 평균 17만명선을 기록하다가 9월 미국 테러발생 후 급속히 줄기 시작해 9월 15만3천명에 이어 12월 11만명으로,그리고 올 들어서도 계속 줄고 있다. 그나마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의 지출도 대략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관광가이드들은 입을 모은다 . 인천공항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의 구매 감소를 출국하는 내국인이 상당부분 메우면서 공항내 4개 면세점의 한달 매출액이 평균 4백억원 정도를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테러 전과 비교하면 10~20% 이상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일본의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미국 뉴욕시의 고급호텔 수준과 맞먹는 국내 호텔의 숙박비로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롯데면세점 판촉팀의 노영우 부장은 "한국 호텔의 숙박비와 관광비용이면 괌 여행이 오히려 싸기 때문에 한번 주말에 해외를 찾는 일본인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도 면세점 업계에는 공포로 와닿는다. 대회 기간 중 일본인 관광객 입국 숫자가 격감할 것이 뻔하기 때문. 업계에선 '최저 50%에서 최대 8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면세점 업계는 월드컵 주최측인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전국 호텔 숙박시설의 70%를 예약한 상태인데다 일본에서도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일본 관광객 구경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항 면세점들은 명품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재고·이월상품을 최고 80%까지 세일하는 제살깎기식 영업으로 연명하고 있다. 관광공사 김성훈 과장은 "매장을 확충하고 인터넷 면세점 운영에 들어가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판촉기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