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국가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고등학생의 수능 자연계열 선택률이 97년 43.7%였던 것이 올해 26.9%까지 줄었다. 그리고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중학생의 20%만이 자연계를 희망하고 있어 앞으로 지망생은 더욱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또 초등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과학자가 되겠다고 답하는 학생은 10명 중 1명도 찾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공계 대학생들의 학력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다. 교차지원 등으로 인해 자연계열 지원자 중 물리나 화학과목 이수 없이 이공계대학 지원자가 급증했다. 올해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의 경우 수학성취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보충수업이 필요한 학생 수는 14%에 이른다. 따라서 서울대의 경우 수학 물리 화학 등에서 학생들간의 심각한 학력 격차로 인해 소위 심화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이공계 기피현상과 학력저하는 21세기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이 확실하다. 기피현상의 원인과 장단기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과학기술인에 대한 처우 악화다. 60∼70년대 이공계 고급인력의 파격적 대우는 이젠 옛말이 됐다. 40세 근처의 평균소득으로 볼 때,변호사와 의사의 연봉이 1억원을 웃돌고 있으나,이공계는 어렵게 국립대 교수가 돼도 연봉이 3천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회가 3월초에 조사한 이공계 학부·대학원생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공계 기피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과학기술인의 처우와 불투명한 미래 문제'라고 87%의 응답자가 대답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이공계 학생들이 비이공계로의 편입이나 고시를 생각해본 비율은 무려 56%로 나타났다. 둘째,과학기술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가 열악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중에서 과학기술계 사람의 비중이 국회의원은 8%,3급 이상 공무원은 16%,상장회사 대표이사는 26%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인기 높은 고시를 살펴보면,올해 기술·사법·행정·외무고시 등의 선발 인원 중 기술고시는 3.6%인 50명에 불과해 기술직으로 고위공무원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즉 공직과 민간기업에서 이공계 출신이 거의 등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이는 누구보다도 청소년들이 잘 알고 있다. 과학기술자의 사회·경제·정치적 위상을 좀더 끌어올리는 획기적 개선책이 마련돼 과학기술인이 자긍심을 가지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셋째,과학기술부 자료에 의하면 IMF 기간인 97∼98년 민간기업의 연구인력이 1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의 눈에는 이공계가 '공부는 어렵고,대우도 나쁘며,불안한 직장생활을 하는'분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 청소년들에게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과 연예인 스포츠인 등이 되고자 하는 열망은 급증한 반면,과학기술자가 돼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공부는 어렵지만,대우가 좋고,오래 일할 수 있으므로' 과학기술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청소년들에게 들 때,이공계 기피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선 의대·법대의 학부를 없애고 정부가 추진 중인 의학전문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궁극적으로 의학·법학계에 혜택을 주며,기초학문·기초과학을 육성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또 대학입시에서의 교차지원제도를 폐지하고,청소년 과학활동을 내신에 적극 반영해 고교 과학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고교평준화가 하향평준화 돼 과학교육이 부실한 만큼,사립고만이라도 고교평준화 방침을 완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백년지대계이다. 젊은이들이 '나만 잘 살기 위해 돈 되고 편한'일보다 '국가의 미래에 창조적으로 기여하는 보람된'일을 택하는 학생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과학은 창조의 뿌리이며 번영의 샘이다. 과학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을 잊지 말고,우수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parksh@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