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효율성은 증권가격이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그리고 신속히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효율적 자본시장에서는 남보다 우월한 수익률을 얻기란 불가능하게 된다. 또 자본시장 효율성은 실증적인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지지만 규범적인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무시될 수 없다. 이를테면 투자관리에 있어 적극적 전략을 택할 것인지 혹은 소극적 전략을 택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결정은 시장이 효율적이냐,아니냐,또 효율적이라면 어느 정도 효율적이냐에 달려있다. 시장이 완전히 효율적이라면 과소 또는 과대 평가된 증권을 발굴해 내려는 적극적 투자전략은 허사로 끝나고 말 것이다. 합리적 또는 효율적 자본시장에서는 현재에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이미 증권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만이 미래의 가격변동을 유발하게 된다. 새로운 정보란 정의상 예측할 수 없는 것이므로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는 미래의 증권가격도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있는 가격변화는 현재의 가격에 반영되고 만다. 예를 들어보자. A 회사의 현재 주가는 1만원이나 큰 호재로 인해 이틀 후 1만5천원으로 폭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자. 많은 투자자들이 이틀 후 자본이득을 얻기 위해 매수주문을 낼 것이고 A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아무도 1만원에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A 주식이 거래되려면 현재의 주가가 1만5천원으로 올라야만 한다. 결국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주가변화는 오늘의 주가변화만 초래하고 만다. 이같은 주장을 "효율시장가설"이라 한다. 파마(Fama)가 1970년에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후 지금까지 무수한 이론적,실증적 연구들이 이뤄져 재무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중 하나가 되고 있다. 파마는 1970년 자신의 논문에서 현재의 증권가격이 어떤 범위의 정보를 반영하고 있느냐에 따라 효율적 시장을 약형,준강형,강형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고 실증연구의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약형에서는 과거의 모든 정보가,준강형에서는 현재 대중에게 공개된 모든 정보가,강형에서는 공개된 정보뿐 아니라 비공개된 내부정보까지도 증권가격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방법은 정보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측면에선 좋지만 그 이후 연구들의 실제 연관성 측면에선 다소 불편한 점이 있어 파마는 1991년 논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재분류했다. 약형 효율성 대신에 그 범위를 넓혀 과거수익률,배당수익률 등의 수익률 예측능력,그리고 이례현상과 시장변동성에 관한 연구 등을 포함시켰다. 또 준강형과 강형이란 용어들 대신에 사건연구와 사적정보에 관한 연구란 제목들을 사용해 연구들을 분류했다. 이례현상이란 단순 특정 투자전략이 지속적이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1월 중 소규모 기업의 주식에 대한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상을 들 수 있다. 시장변동성에 관한 연구의 핵심은 현실의 주가 변동폭이 이론적 모형이 제시하는 변동폭보다 너무 커서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은 매우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쉴러(Shiller)에 의하면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실제 변동폭이 이론이 제시하는 변동폭의 약 6~13배에 이른다고 한다. 사건연구란 특정사건이 기업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실증연구의 한 방법이다. 특정사건의 발표시점 몇 주 혹은 몇 달 전부터 비정상수익률 및 누적치를 계산해 정보효과를 분석한다. 특히 누적치는 정보의 사전누출 여부 및 그 효과를 관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의 과학적 유용성이 인정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현실의 자본시장이 효율적인지,아닌지에 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주식수익률 예측에 관한 연구들은 단기수익률의 경우 그 변동성을 거의 예측할 수 없으나 장기수익률의 경우 약 40% 정도까지 예측 가능하다는 결론을 보이고 있다. 주식분할이나 기업의 이익공시 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는 주가가 새로운 정보에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여러 이례현상과 주식시장의 과대변동현상은 시장효율가설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반된 연구결과들은 자본시장이 상당한 정도로 효율적일 수 있으나 완전하게 효율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의 자본시장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효율성이란 개념의 유용성과 또 그것이 자본시장 연구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장이 완전하게 효율적이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많은 사실들이 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들 들어보면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증권을 분석하는 일이 쓸데 없는 일이 될 수 있다. 증권분석에는 과거의 주가추이를 이용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려고 하는 기술적 분석과 회사의 회계정보나 경기예측 등 이용 가능한 모든 공적정보를 이용해 주식의 내재가치를 구하려는 기본적 분석이 있다. 그런데 약형 효율적 시장에서는 기술적 분석의 내용이 쓸모가 없다. 과거의 주가 추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미 현재의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논리로 준강형 효율적 시장에서는 기본적 분석이 쓸모가 없게 된다. 결국 효율적 시장에서는 증권분석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따른다. 현실에서 유능한 증권분석가들이 누리는 대우와 인기와는 매우 모순되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 조재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한경-매니저소사이어티 공동기획 www.managersocie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