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맘 때,프랑스 경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업률은 14%선을 웃돌고 성장률은 1%에 불과했다.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은 적자가 누적되고,국영기업들 또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었다. 당시 우파 정부의 알랭 쥐페 총리는 '공공부문 적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개혁에 나섰지만 이익단체들의 반개혁 총파업에 밀려 결국 '실각'이라는 불명예 퇴진을 했다. 사태 수습에 나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소속 정당이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의회를 해산한 뒤 총선을 실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야당이 승리를 거둠에 따라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집권해 '코아비타시옹(여야 동거정부)시대'가 열렸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 경제는 4년 연속 3%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또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로 실업률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이에 힘입어 국가 조세는 크게 늘어났고,사회보장기금도 적자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이 '경제 실적'이 정쟁화하고 있다. 이달 말로 다가온 대선의 후보인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가 서로 자신의 '공로'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회복의 원인을 "우파 쥐페 총리가 튼튼한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총리는 "사회당 집권 후 경제가 살아났으니 당연히 자신의 업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민여론은 이들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경제 회복은 대통령도 총리도 아닌 '미국경제 호황 덕'이라는 것이다. 외부 여건이 좋아 바닥을 치던 경기가 급속 회생했는데 서로 자기업적이라고 내세우니 우습다는 반응도 있다. 게다가 올 들어 다시 실업률이 높아지며 전체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데도,지나간 업적 내세우기 싸움만 하고 있으니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는 엘리 코엔 파리고등사범학교 경제학 교수는 "공치사 싸움의 승자보다는 개혁이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용감한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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