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여객수송 부문에서 세계 12위권의 항공사지만 화물수송 부문에선 루프트한자에 이어 6년째 세계 2위를 지키고 있는 국제화물업계의 강자다. 특히 주간 41편의 화물편을 운항하고 있는 태평양 노선에서는 2위권인 노스웨스트 일본항공(JAL) 등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의 화물영업본부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진 직후인 1998년과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린 2001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왔다. 돌발 변수만 없다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올들어서도 지난 1,2월 국내기업들의 수출부진 지속으로 주춤하다가 3월 이후 완연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자동차와 디지털 제품 수출확대가 뒷받침된다면 올해도 전년 대비 10% 이상의 매출신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화물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최고경영진의 각별한 관심과 글로벌 영업력의 확대, 다양한 신상품의 지속적인 발굴 등의 노력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화물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조중훈 한진회장은 지난 1972년 당시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16억달러에 불과했을 때 미주노선에 747 대형화물기를 세계 최초로 투입했다. 이어 1981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서부 최대 터미널을 확보했다. 당시 주변에선 '무모하다'는 수군거림도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조 회장의 판단은 옳았다. 조 회장은 요즘도 임직원들에게 "화물사업의 비중이나 역할을 여객사업보다 낮게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화물부문이 여객부문보다 수익률이 높은데다 수익구조도 비교적 단순해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0년 10월에는 미국 동부지역의 심장부인 뉴욕 JFK공항에 전용 화물터미널을 준공했다. 대지 2만4천5백여평에 연면적 약 7천평 규모로 들어선 이 터미널은 연간 20만t의 화물 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물 자동 입출고 시스템과 평면 및 승강이동이 가능한 탑재용기 운반차(ETV) 등을 갖추고 있다. 또 3대의 B747-400F 화물 전용기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기장과 항공기와 터미널을 직접 연결시켜 탑재 및 하역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노스 독(Nose Dock) 2대가 설치돼 있으며 트럭 32대를 동시에 접안해 작업할 수 있다. 글로벌 영업력 확충 =대한항공은 작년 11월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등과 미국에 항공화물합작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영업부문을 떼내 합작사를 설립한 것은 세계항공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화물영업 부문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고객들의 다양한 서비스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합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합작사는 뉴욕 시카고 LA 등 미국내 14개 주요 도시에 영업소를 두는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춰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국제선 항공화물의 예약 판매 및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특히 3개사의 노선망을 결합함으로써 미국 출발 화물의 전국적인 원스톱 예약 서비스가 가능하게 돼 국제적 이미지와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3개 항공사의 공동 영업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것도 부수익이다. 다양한 신상품 =첨단 의약품 및 건강 관련 제품에 대한 항공운송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온도조절이 가능한 냉동 컨테이너 서비스를 작년 8월부터 시작했다. 쿨테이너 서비스(Kooltainer service)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혈장 혈청 인슐린 백신 등 의료 관련물품의 효과적인 수송을 위한 것으로 미국의 경우 내년도 시장규모가 무려 4백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시장이다. 대한항공은 또 지난 1월 스카이팀 회원사들과 공동으로 일종의 맞춤상품인 '코히전'을 내놓았다. 이는 지속적으로 적기 수송을 필요로 하는 고객과 기간 단위의 항공화물 수송 계약을 맺어 예약-운송-인도 등 전 과정에 걸쳐 1 대 1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고정적인 물량을 납품해야 하는 수출업체에 계약 기간동안 적기 수송을 보장해 주며 항공사로서도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한항공은 올 하반기에 '디멘션'(Dimension)과 '베리에이션'(Variation)이라는 2가지 신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디멘션은 출발지와 도착지 공항간 신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서비스를 보장함으로써 특별한 취급이 필요없는 모든 종류의 화물을 낮은 비용으로 수송해 주는 것이다. 또 베리에이션은 동물 고가품 부패성 화물 등 수송에 주의를 요하는 특수화물의 안전한 수송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