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학은 너무 폐쇄적이다. 또 대학은 너무 내부지향적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얘기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 공간에 한해서만 얘기해 보자.우리의 대학들은 담이 쳐져 있다. 이른바 '캠퍼스'지만 시쳇말로 하면 일종의 '단지'다. 정문에서 체크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보호구역'이다. 주차 체크를 하게 된 후에는 더 심해졌다. 캠퍼스 안은 물론 아름답다. 주변 도시환경과는 달리 시원한 운동장도 있고,아름드리 나무도 있고,아름다운 꽃도 핀다. 작게는 만여평,크게는 수만여평의 '낙원',그러나 '대학 사람'들만의 낙원이다. 아파트단지보다 통제가 더 심하다. 밤이면 누구도 쓰지 못하니 말이다. '데모'시절의 대학 통제 마인드가 굳어져서 일까,아니면 '상아탑'이라는 엄숙주의적 마인드가 성행해서 일까? 밖에서는 안에서 누가 나올까봐 걱정이고,안에서는 학생들 보호하느라 담을 치고 문을 만들고 경비를 둔다. 이런 보호 속에서 학생들은 과연 어떤 심리를 가질까?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자.계열 대학마다 전공 과마다 공간 영역이 다르고,교수실은 마치 감옥(?)같은 개인공간이다. 유일하게 여러 과 학생들이 돌아가며 쓰는 교실은 난방도 잘 안되는 떠돌이 공간일 뿐이다. 이런 공간에서 어떤 분야 크로스가 가능하며 어떤 생산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 있을까? '토론 문화'가 부족하고 '문제 창출'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지만 이런 공간 구분으로 어떤 머리 맞대기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대학 발전을 위해서 최근 시설 투자가 늘고 있지만 연구소나 벤처 건물들이 왜 꼭 캠퍼스 내에 있어야 할까? 특히 '이공계'에서-.대학을 키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왕이면 산업현장에 지어져야 대학과 산업이 만나고 교수와 전문인이 만나고 학생과 현장근로자가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고도 '이공계의 몰락'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겠는가. 앞다투어 생기는 경영이나 국제관계 관련 대학원이나 연구소,훈련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로 캠퍼스 내에 상대적으로 비싸게(?) 지어진다. 속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시설 활용률도 별로 높지 않건만 그렇게 지어져야 하는지….전시용 또는 대학 클럽화용이라고 해야 할까? 대학 내에 지어지는 건물들에 대해서는 밖에서 크게 건드리지 못한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식이다. 이런 와중에 유서 깊은 대학에서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을 부수고 현대식 고층건물들을 짓고 있다. 대학 안에서는 이렇게 하면서,문화 보전을 논하고 고층아파트 재건축이 흉물스럽다고 비판하고,지역 이기주의나 집단민원을 비판할 수 있을까? 문제는 누구도 대학에 대해서는 감히 뭐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대학은 일종의 치외영역이라고 할까? 대학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의견은 갈리는 모양이다. 지식인들의 집단이니 만큼 의견 대립도 많지만 서로 건드리지 말자는 일종의 '권력 거리'도 작용하는 듯 하다. 대학생들 역시 사회에 대해서 수많은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대학 내에 대해서,대학과 사회와의 접점을 어떻게 가깝게 할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인 듯도 싶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나는 우리 대학의 캠퍼스가 항상 낯설다.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니고 손님처럼만 느껴진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현장을 고민하는 '젊은 에너지'를 느끼기 어렵다. 외국의 많은 대학들은 도시에 나앉아 있다. 캠퍼스를 이루고 있더라도 캠퍼스 내의 길들이 도시와 통하고,도시의 길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MIT가 그렇고,파리의 대학들이 그렇고,일본의 대학들이 그렇다. 물론 낙원형 캠퍼스도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는 대학일수록 도시와 바로 통한다. 이런 환경에서 전문가 기업인 현장인 시민들이 대학에 쉽게 접근하며 '우리 공간'으로 느낀다. 교육의 몰락,대학의 몰락,이공계의 몰락을 걱정하기 전에 대학 공간을 사회로 열자.쉽게 생각해 보라.그 모든 인기 높은 사설 '학원'들은 다 도시 한가운데 있지 않은가. 오며가며 쉽게 만나야 발전이 있다. 대학 캠퍼스를 도시로 열자! jinaikim@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