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해장음식은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체질과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딱 맞는 정답은 없지만 몇 가지 기준은 있다. 첫째 국물이 있어야 한다. 술먹은 다음날은 대개 입안이 깔깔해서 마른 음식은 먹기 힘들다. 둘째 국물이 얼큰하고 뜨거워야 한다. 그래야 시원하고 속이 풀린다. 마지막으로 부담갈 만큼 무겁지 않아야 한다. 소화기능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들을 만족시키는 해장음식이래야 해장국이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원칙에서 벗어난 해장음식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차갑게 식힌 콩나물국이 더 효과가 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장면을 먹어야 술이 깬다는 사람도 있다. 서양에서는 해장을 한다며 아침부터 커다란 비프스테이크를 썰고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특수한 체질에 따른 것일 뿐이다. 애주가들이 찾을만한 해장국 잘하는 집을 소개한다. 양평신내해장국(서초동.02-581-2523)=경기도 양평읍 신내동에는 해장국 잘하기로 소문난집이 있다. 10여년전만해도 음식점을 내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다퉈 그집을 벤치마킹했고 그 결과 전국에 수많은 양평해장국집들이 생겨났다. 양평신내해장국은 양평에 있는 원조 식당의 서울점이다. 오리지날답게 다른 해장국집들과는 약간의 수준 차이가 느껴진다. 우선 국물이 혀를 델 정도로 뜨겁다. 해장국의 대명사라는 청진동 일대의 식당들이 미지근하고 밋밋한 국물로 단골손님들의 발길을 막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건더기도 좋다. 선지도 큼지막하고 신선하다. 특히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양이 거의 내장탕 수준이다. 가격은 5천원. 비싼듯 하지만 내용물에 비하면 높은 게 아니다. 속초생태집(북창동.02-753-8944)=점심시간에 줄 꽤나 서는 집이다. 원래 생태찌개로 유명하나 이 곳의 단골들이 주로 찾는 메뉴는 물곰찌개다. 생태찌개도 해장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해안에서만 잡히는 물곰은 오로지 숙취해소에 특효가 있는 생선이다. 곰치 또는 꼼치라고도 불리는 물곰은 흐물거리는 모습이 마치 아구를 더 흉칙하게 만들어놓은 듯하다. 못생기고 맛없어서 외면당하던 물곰이 각광을 받은 지는 얼마 안 된다. 물곰과 묵은 김치를 같이 넣고 국을 끓이면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삼척.속초의 몇몇 음식점에서만 선보이던 음식이 속초생태집을 통해 서울무대에 데뷔를 한 셈이다. 속초생태집의 물곰찌개는 현지의 곰칫국보다 건더기가 많고 분홍색 물곰알도 듬뿍 넣어준다. 장원북어국(여의도 대영빌딩 지하.02-784-0639)=다른 종류의 해장국들이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음식인데 비해 북어국은 식사라기엔 뭔가 모자란 느낌이다. 전날 술도 안 먹었는데 북어국으로 점심을 때울 경우 오후 4~5시면 허기가 진다. 바꾸어 말하면 북어가 그만큼 속에 부담을 안주고 소화가 잘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어국은 비교적 만들기 쉽다. 북어를 파,마늘만 넣고 담백하게 끓여내 두부와 계란 참기름 몇방울을 추가하면 완성된다. 아무나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맛을 내는게 쉽지 않다. 서울에서도 북어국을 잘 끓이는 식당은 몇 안 되는데 대부분 여의도에 몰려있다. 장원북어국도 그중 한집이다. 식당마다 북어국은 큰 차이가 없다. 장원북어국은 반찬으로 주는 부추김치가 특히 맛있고 주인내외가 친절하다. 영춘옥(종로3가 피카디리극장 옆.02-765-4237)=국물맛으로 60년을 버텨온 맛의 명가(名家)이다. 꼬리곰탕 전문이지만 해장국도 보통이 넘는다. 건더기는 많이 들어가지 않아도 국물이 입에 착 붙는다. 사골국물에 대파와 마늘을 넣고 푹 고는데 진하고 깊은 감칠맛이 느껴진다. 이 집 해장국은 맵지 않다.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은 고추가루양념(다진양념)을 추가로 넣으면 된다. 최진섭.음식평론가.MBC "찾아라!맛있는 TV" 책임PD (choij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