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들이 올해 대폭적인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승진폭보다 다소 줄어든 그룹도 있지만 극심했던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승진규모는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올해 임원승진 규모는 4대 그룹에서만 6백10명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는 모두 1백9명을 승진시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주요 그룹들이 '예비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대규모 승진을 단행한 것은 '성과보상'은 물론 해외 전략지역과 미래성장의 원천인 연구개발(R&D) 등을 중시하는 그룹 회장들의 의중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은 지난 1월 부사장이하 임원 3백19명 등 총 3백21명의 임원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의 3백60명에 비해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둔 점을 감안해 대폭적인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삼성 임원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46.3세로 작년의 47.3세보다 한살 젊어졌다. 삼성전자는 영국인 데이비드 스틸씨(35)를 상무보로 임명, 최초로 외국인을 본사의 정규임원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LG는 지난해부터 '개별 법인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임원 승진규모는 1백3명으로 지난해(1백26명)에 이어 연속 1백명을 웃돌았다. 또한 '일등 LG'를 달성하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 경쟁력 제고에 초첨을 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을 적용했다는 것이 LG 관계자의 설명이다. 외환위기 이후 LG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강유식 LG구조조정본부장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이동통신단말기 사업을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린 LG전자 김종은 정보통신사업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킨 데서도 이같은 인사원칙을 읽을 수 있다. SK는 '신.구 공동대표' 체제를 굳혀 나가고 있다. SK(주)에선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황두열 부회장과, SK글로벌에서도 박주철 상사부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김승정 부회장과 각각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오랜 경험을 쌓은 경영진과 디지털마인드를 가진 젊은 경영인이 조화를 이뤄 기존사업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SK는 또 지난 99년 이사대우와 이사를 상무대우로 통합한데 이어 올해는 상무대우 직급을 없앴다. 임원직급을 '상무.전무.부사장.사장' 등으로 단순화했다. SK 관계자는 "나이 연공서열 등 기존의 인사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성과와 능력을 중심으로 성과보상형 인사를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거둔 창사이래 최고의 경영실적에 보상하듯 회사설립 이래 최대의 승진인사를 단행한 케이스. 임원승진 규모가 1백9명으로 지난해 75명보다 45%나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수출분야와 R&D 부문에서 다수의 승진자를 배출한 점이 특징"이라며 "올해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신차 개발과 함께 한단계 높은 품질 확보로 최상의 영업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상무는 전무로 승진, 그동안 구매와 기획분야를 거친데 이어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여타 그룹에선 제일제당의 이재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두산에서는 지난해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정원.지원씨가 각각 두산상사BG 사장과 두산중공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등 3세 경영진이 부상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