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주연상은 미국의 AOL 타임워너와 프랑스의 비벤디 유니버설이 탔다' 흑인배우들이 남녀 주연상을 휩쓴 제7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지켜본 영화팬들은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경제적 관점에서 아카데미상을 바라본 기자에겐 흥미있는 분석이었다. 얘기인즉,영화사를 갖고 있는 두 기업이 아카데미상을 탄 영화로 엉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어 두 기업을 수상자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상과 촬영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탄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는 AOL 타임워너의 뉴라인 시네마가 만든 작품이다. AOL 타임워너는 이 영화만으로 8억달러(1조4백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반지의 제왕이 수상후보작으로 오른 뒤 추가된 수입만도 2천만달러.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이 영화가 비디오나 DVD 등으로 출시되면 수입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다.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이 부패한 형사역으로 열연,남우 주연상을 탄 영화 '트레이닝 데이'도 AOL 타임워너의 워너브러더스사 작품.초기 흥행에 실패했지만 AOL 타임워너는 워싱턴의 수상으로 관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벤디 유니버설도 횡재한 것은 마찬가지.자회사인 유니버설영화사가 만든 천재수학자의 삶을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벌써 2억1천1백만달러(2천7백억원)를 벌어들였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뒤 40일간 늘어난 수입만도 3천만달러가 넘었다. 두 기업을 아카데미 주연상으로 꼽은 경제기자들의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규모다. 좋은 영화 한편이면 수십,수백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게 영화산업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여전히 영화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세계 각국의 벤처캐피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흑인배우들의 잔치였다. 주요 신문과 방송사들은 시상식 후 소수인종에 대한 특별 배려가 아니었는지를 집중 조명,이 문제가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하지만 돈은 어느 기업이 쓸어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아카데미상을 평가하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