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신사업자인 SBC가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신문 중 어느 것을 이용하겠느냐'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78%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또 74%의 사용자들이 라디오 대신,63%의 사용자들이 커피 대신,그리고 59%의 사용자들이 TV 대신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겠다고 대답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수가 작년 12월 말로 전체 가구수의 약 60%인 7백80만을 돌파,명실공히 '초고속 인터넷 사용 세계 1위 국가'가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 가구에서 하나의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최대 1천3백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BRG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주문형 비디오인 비디오 온 디맨드(Video on Demand)를 비롯 온라인 게임,소프트웨어 대여,IP 텔레포니(또는 인터넷폰) 등의 부가서비스를 위해 한달에 10달러 정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인터넷을 빠른 속도로 단순히 접속하는 것 외에 TV와 라디오 전화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통합 및 오락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콘텐츠의 개발이 초고속 인터넷의 발전에 얼마나 작용하는지를 잘 대변해 준다. 한국의 경우 통신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는 데 비해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불균형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같은 종류의 서비스 업체가 너무 많고,미래 지향적인 콘텐츠 개발은 그리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훨씬 진보된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즉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19조원을 투자,20Mbps급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초고속 정보통신망 고도화사업에 착수했다. 또 지난 1995년부터 시작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도 장기 프로젝트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20Mbps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또 이에 맞는 개발 작업이 병행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그러므로 앞으로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을 때,통신사업자의 수익창출과 연관될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이 효율적이고 발전적으로 진행되기 위한 환경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는 첫째,사용자 측면에서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인터넷은 무료'라는 인식이 수익성에 기반한 콘텐츠의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정보를 활용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다양한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콘텐츠 개발이 촉진될 것이다. 둘째,콘텐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구체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지난 90년대 말과 2000년에 걸쳐 초고속 인터넷이 붐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은 벤처 및 닷컴 기업들의 콘텐츠 개발 활성화가 큰 역할을 했다. 우수한 벤처 기업을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신규 벤처 및 콘텐츠 개발업체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대폭 강화,콘텐츠의 다양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셋째,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 급증으로 인한 시장 팽창에 대응,콘텐츠뿐만 아니라 위성방송 디지털방송 영화 음악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부문에서 콘텐츠 개발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텔레비전과 개인용컴퓨터의 복합형 기기를 통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시범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또 통신 관련 업체들이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초고속 인터넷의 무궁무진한 서비스를 기대케 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콘텐츠를 개발하는 업계와 관계당국,그리고 관련 통신사업자간 협력과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콘텐츠로 무장된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은 차세대에서도 그 주도권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다. cs.kim@alcatel.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