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인사에서는 CEO(최고경영자)들의 변동폭이 줄어든 대신 R&D(연구개발)와 재무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승진했다. 안정된 기업운영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장기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인력과 경영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재무통들의 역할을 중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과 마케팅분야에서는 해외전문 인력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전문가들의 우대 현상이 두드러졌다. ◇R&D,재무통(通)이 뜬다=미래 핵심역량을 좌우할 주요 사업부문의 연구개발 인력의 승진비중이 커졌다. 현대차의 경우 김상권 연구개발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주요 5개 공장의 공장장이 승진 발령을 받았다. 기아차도 김재만 소하리 연구소장이 부사장으로 영전했고 모비스의 최정식 기술연구소장이 전무로 한 단계 직급이 높아졌다. 현대의 경우 지난해 대폭적인 실적호전을 이룬 현대모비스의 박정인 사장과 한규환 부사장이 회장과 사장으로 승진,눈길을 끌었다. 흑자전환을 이룬 현대하이스코도 유인균 회장이 주력사인 INI스틸로 옮기고 윤명중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는 신규임원 21명중 35%에 해당하는 6명이 R&D만 전담하는 연구위원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신문선 수석부장이 IT전문가로,LG텔레콤의 송기봉 부장은 이동통신 정보시스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아 상무로 발탁됐다. 삼성의 경우 연구임원 승진자가 지난해 47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전체 승진자의 17%가 R&D분야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 진대제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윤우 반도체 총괄사장 등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 삼성은 또 지난해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킨데 기여한 재무통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무급 이상 고위승진자 15명중 자금과 재무팀 소속이 5명을 차지했다. 구조본 최주현 전무는 상무로 진급한지 1년만에 다시 한단계 뛰어올랐다. LG전자도 재경팀장인 권영수 상무를 부사장으로 발탁,CRT(브라운관)사업부문 매각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높인 점을 인정했다. ◇해외영업 약진=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맞춰 해외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한 것도 올해 인사특징중 하나. 윤석경 SK C&C 대표이사 부사장은 마케팅과 해외사업을 총괄하면서 두드러진 실적을 올려 올해 두 단계나 승진,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홍영춘 SK글로벌 에너지판매본부 사장과 홍지호 SK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도 영업호조에 따른 실적향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1년만에 한 단계씩 뛰어올랐다. 삼성의 경우 해외법인의 임원 승진규모가 지난해보다 21명이 많은 68명을 기록했다. 전체 승진자의 20%규모다. 특히 전략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지역에서만 12명을 배출했다. LG도 해외사업 관련 인력,특히 중국지역 사업을 보강하기 위한 인사가 눈에 띈다. LG화학은 김한섭 ABS사업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사업을 책임지도록 했다. LG전자는 중국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한국영업담당인 강승구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 영업담당으로 발령내는 등 7명의 해외사업관련 임원을 신규로 뽑았다. 한솔 역시 주력계열사인 한솔제지 영업 생산부문 공동대표이사에 영업통인 문주호 전무를 승진,발령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