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의 공개기업으로서는 마지막 정기주총이 25일 오전 9시 서울 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상장폐지 결정과 함께 현재 진행중인 정리매매가 끝나면 대우전자 주총은 31회째인 이번을 끝으로 당분간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날 주총은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분만에 싱겁게 끝났다. 영업보고도 서면제출로 끝났고 3조원에 이르는 자본잠식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재무제표 승인과정도 일방적인 동의와 제청으로 표결없이 넘어갔다. 사외이사 선임 역시 "회사발전을 위해 채찍질할 수 있는 건전한 비판자이기를 바란다"는 주총꾼으로 보이는 한 주주의 동의로 논란없이 통과됐다. 이사보수 한도액을 10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리는 마지막 안건조차 "회사 정상화에 끝까지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또 다른 주주의 동의와 함께 반대의견없이 처리됐다.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대우전자 주총은 소액주주들이 대거 참여,매번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치러졌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국내 최초로 소액주주들을 대표하는 사외이사를 배출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당시 이 사외이사는 "소액주주를 배제시키고 있는 이사회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었다. 지난해 8월에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7대1 감자안을 강행처리하려는 회사측과 소액주주들이 12시간 가까이 대치했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는 사외이사를 포함,소액주주운동본부측 사람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식수로는 전체의 75% 이상이 참여했지만 사람수는 1백50여명에 불과했다. 회사측의 일방적인 주도로 주총은 끝났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대우전자 주식은 현재 4백원 이하에 거래되고 있다. 감자비율까지 감안하면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이 60원 이하에 '바겐세일'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소액주주들의 불참은 회사 정상화라는 한가닥 희망이 꺾인데 대한 배신감의 표출로 보인다. 소액주주운동본부는 이날 그동안 운영해왔던 '개미들의 사이트(antjuju.com)'를 대우전자에 반대하는 '안티(anti)사이트'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심기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