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서 <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 나서 들키면 얼굴부터 가릴 생각을 한다. 이런 모습은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자주 보인다. 얼굴을 가리면 죄가 가려질 것처럼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얼굴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 요즘 얼굴에 대한 성형수술이 한창이다. 일선 병원 중에 성형외과가 가장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굴을 뜯어 고쳐서라도 멋있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한 모양이다. 기업 경영도 '얼굴 가리기'나 성형수술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뭔가 다른 것이 있어 보이게 하거나 예민한 부분은 숨기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우리나라 e-비즈니스 기업들이 바로 이런 행태를 닮았다. 우리 기업들은 e비즈니스와 맞닥뜨리자 한때 사이버 금광에서 노다지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몇 개만 제외하고 대부분 몰락 일보 직전까지 가는 위험에 처해 있다. 이른바 수익모델 부재를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이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하지 않고 기술 지향적인 사업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객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온갖 기술로 치장한다. 문제는 오프라인 서비스와 온라인 서비스가 균형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의 확대는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다. e-서비스는 웹 사이트나 TV상의 전자상거래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것은 전통 서비스와 비교할 때도 별 차이가 없다. 전통 서비스에서 고객들에게 강조하는 신뢰성 감정 이입 등이 그대로 적용되며 서비스 전달방식 또한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서비스와 e-서비스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슈퍼마켓과 같이 전통 서비스업에서 '얼굴 있는' 고객과 거래하려면 위치 선정과 종업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e-서비스업은 '얼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중요하다. 전통 서비스에서는 이른바 '안면'으로 고객에게 호의감을 제공할 수 있지만 e-서비스 고객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들은 표정없이 다가오고 또한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고객을 기쁘게 하는 것은 종업원이 아니라 기술적인 시스템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이 서비스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되려면 종업원들 스스로가 다루기 쉬운 시스템을 보유해야 한다. 시스템을 변경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고객과 항상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며 서비스 종업원들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업원들이 고객의 불평을 들어줄 수도, 회사 규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e-고객들은 사람들에게 더 큰 소리로 불평하며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더 좋은 곳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 슈퍼마켓은 필요하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e-서비스 사업은 얼굴 표정을 시스템 안에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 넣을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고객들이 소중히 여기는 편리성 신속성 다양성 안전성 등의 욕구가 충족돼야 한다. 이것은 단지 고객서비스 측면뿐만 아니라 콘텐츠와 내비게이션에도 적용된다. 감성적인 부분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면 무엇보다 접속이 쉽고 빠르며 안전해야 한다. e-고객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8초 이상을 기다리지 못한다고 한다. 한 페이지가 뜰 때마다 고객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고객들을 e비즈니스에서 만족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높아져 있다. 격심한 경쟁 속에서 e-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서비스 만족의 정도는 고객마다 주관적으로 다르다.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모방이 쉽다. 그래서 서비스업에서의 성공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성실성을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줘야 한다. 성경에서 '모든 일을 하나님께 하듯 하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에게 성실함과 헌신은 기업들에게 차별화된 인식을 심어준다. 게임의 규칙에서 성실성은 제1의 덕목이 돼야 한다. 성실성은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어두운 새벽 길은 운전자와 보행자들을 두렵게 만든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일부 운전자들은 '집단 속의 광기'를 부리며 질주한다. 신호등의 규칙을 무시하고 자의로 해석하며 달린다. 자신이 이미 약覃?것에 성실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과의 미래 약속에도 성실하기 어렵다. 오프라인 생활 중에도 기회가 닿는 대로 성실성을 연습해야만 다가오는 e-서비스 시대에서 온라인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