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투자협정에 서명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양국 정부 학계 경제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산.관.학 공동연구위를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일 두나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매우 뜻깊은 일이다. 투자협정이 발효되더라도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당장 일본자본 유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양국간 자본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기틀이 완비됐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도 지적했듯이 이번 투자협정 체결은 한.일 FTA로 가는 사전 준비단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투자협정이 발효되면 상대방 국가의 기업에 대한 내국인 대우를 해주게 되며 분쟁 발생 때는 상대국 법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국제 상사중재원에 제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통화.환율정책상 긴급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송금제한 등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일 FTA를 연구할 산.관.학 공동연구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머물던 FTA 논의를 정부차원으로 한단계 더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FTA는 두나라 경제협력 강화는 물론이고 장차 동아시아 경제협력체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가 FTA 체결에 합의하는 등 동아시아 각국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배경은 최근 미국이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회원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철강수출국들에 차별적인 수입제한조치를 강행한데서 보듯이 경제블록의 위력이 갈수록 강해지는데 대한 대응으로 이해된다 대일 무역수지적자 확대 가능성 등 여러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일 FTA가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농업문제 등 장애요인이 적지않은 만큼 철저한 준비를 거쳐 한.일 FTA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