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존스(31)씨는 요즘 사랑에 빠졌다. 대학강사인 그녀는 지난 98년 4월 인테리어잡지 기자로 서울에 왔다가 한국인의 친절함에 끌려 여기서 눌러앉게 됐다. 그녀는 한국에서 계속 살기위해 한국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인테리어디자인학원을 설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적인 벤처기업인과 결혼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학강사인 그녀가 젊은 기업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우연히 그녀는 동료의 소개로 결혼정보업체인 비에나래의 손동규(47)사장을 만났다. 손사장은 그 자리에서 매칭카드(Matching Card)라는 성격선호도 평가표를 꺼내더니 작성해보라고 했다. 일주일 뒤 손 사장은 그녀에게 메타포테크의 김기석(30) 사장과 맞선을 보게해줬다. 지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하얏트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오는 5월초 결혼할 예정이다. 그런데 손동규 사장은 어떻게 피부색과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사람이 그렇게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게 했을까. 손동규 사장에게 큐피드적인 그런 능력이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어봤다. 비밀의 열쇠는 바로 그가 직접 개발한 "매칭카드"의 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사장이 개발한 매칭카드는 자기가 선호하는 사람에 대한 성격평가를 4백50가지로 나눠 분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4백50개 항목 가운데 3백개 이상이 서로 맞으면 사랑의 위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 역삼동에 자기빌딩을 가지고 있으면서 종업원 4백50명을 거느린 이종석(35)사장의 경우도 그러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부모님이 소개해주는 맞선을 열번이상 봤지만 실망만 거듭했을 뿐이었다. 그런 이 사장도 이 매칭카드의 위력에 힘입어 단 한번의 맞선으로 결혼에 성공했다. 지난 2월 도심공항터미널에서 결혼한 두사람은 현재 대치동에서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다. 덕분에 손동규 사장은 올들어 "벤처기업인 전문맞선"으로 유명해져버렸다. 그는 현재 약 5백여명의 총각벤처기업인 매칭카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손사장이 처음부터 이렇게 벤처전문 결혼정보회사로 순탄하게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물산 도쿄지사장을 하면서 오사카국제물류센터공사를 수주하는등 굵직한 일을 해내던 그가 지난 99년 4월 결혼정보회사를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무척이나 말렸다. 영업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하필이면 중매쟁이를 하느냐며 만류했다. 그러나 도쿄지사장을 하면서 전략적 헤드헌팅 업무를 맡은 적이 있던 그는 헤드헌팅을 결혼맞선에 도입하면 성공할 것이란 판단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 2년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경쟁업체들의 광고공세로 맞선회원을 확보할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큐피드의 화살"은 현실에서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 이같은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02)583-0500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