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산업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고성장을 한 데는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지난 99년 가맹점 공동이용제, 소득공제, 복권제, 사업자 의무가맹제 등 일련의 제도 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는 포지티브정책을 버리고 지난해부터 네거티브정책으로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그 강도는 올들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두모집 금지, 현금대출 중심의 영업금지, 수수료율 인하 등이 올해 취해진 규제조치들이다. 이같은 정책은 나름대로 목표가 있겠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강제로 시행할 경우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하며 나아가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현금서비스 제한은 금융권 전반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조치다. 카드사들은 주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시행되면 대출잔액을 수조원씩 줄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대규모로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또 ABS를 인수한 은행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보다 유리한 조건의 소비자금융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만 앞선다면 오히려 신용불량자 양산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가두모집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카드사의 부실 회원 양산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을 통해 해결하는게 순서라는 지적이다. 문제가 발생하기도 전에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라는게 업계의 반론이다. 강압적인 채권 회수에 대해 단호한 제재조치를 내리면 무리한 회원 모집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수수료율 인하문제 역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행정력을 동원하기보다 시장경쟁을 유발해 해결하는게 정석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말 16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국내 첫 크레디트 뷰로가 출범했다. 국내 소비자금융시장의 취약점으로 손꼽히는 신용리스크 관리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정부도 직접적인 규제보다 신용사회 정착을 위한 금융시장 인프라를 확보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