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용카드산업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사용규모에서 뿐만 아니라 인프라 측면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다. 상품개발력 결제시스템 등에서는 비교할 나라가 없을 정도다. 해외에서 한국카드시장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많아 '신용카드가 가장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신용카드 사용 확대에 따른 소비증가가 한국의 경기회복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카드결제율 세계 최고 =지난해 민간부문에서 사용한 소비지출의 55.2%가 카드로 결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들이 평균 1백만원을 쓸 때 55만원 정도를 카드로 긁었다는 의미다. 한해전 26.8%였던 카드결제비율이 1년새 2배 이상 높아진 것. 이같은 비율은 전세계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다. 조사전문지 닐슨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카드결제비율은 23.8%(2000년 기준)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도 5∼17%(1999년 기준)에 불과하다. 물론 미국에서는 개인수표, 호주는 직불카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한국이 카드선진국임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수치다. 시장규모에서도 한국은 세계 3위권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신용카드 사용액(비자+마스타)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 5위였다. "2001년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성장률을 감안할 때 한국이 프랑스와 중국을 확실히 제쳤을 것"(비자코리아 장성빈 부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 낮은 연체율 =가계대출 급증으로 개인파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 카드사들의 연체관리 능력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삼성 LG 국민 외환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각각 0.65% 0.90%, 2.31%, 3.77%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적인 카드사들에 견줘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최대 카드회사인 씨티의 연체율이 1.82%다. 잘 알려진 아멕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프로비디언 등의 전문카드사는 각각 3.20%, 3.96%, 8.66%로 한국 카드사들보다 높다. ◇ 결제시스템도 일류 =한국에서는 거래승인과정이 전부 전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미국 등 신용카드 선진국에서조차 전자승인이 안되는 카드사의 가맹점이 존재한다. 이 경우 평균 2주 단위로 배포하는 블랙리스트(거래불가 회원)를 눈으로 확인한 뒤 거래해야 한다. 훔치거나 위조한 카드의 부정사용을 적발해내는 조기경보시스템도 자랑거리다. 자주 사용하는 가맹점, 지역.시간대, 구매금액 등을 분석해 부정사용시에는 해당 가맹점으로 바로 연락이 취해진다. 또 한국의 가맹점은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지능형 단말기를 설치해 거래후 3일 정도면 돈이 자동 입금된다. 하지만 외국에선 대형 매장을 제외하곤 가맹점의 매출전표를 은행에 접수한 뒤 입금받는 경우가 많다. ◇ 뛰어난 상품 개발 =획기적인 상품 개발로 외국 카드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국민패스카드와 LG레이디카드는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민패스카드는 세계 최초의 교통 신용카드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올 2월말 현재 회원수가 5백20만명에 달한다. 레이디카드도 지난 99년 본격 출시된 뒤 전세계 카드업계에 여성전용카드 붐을 몰고 왔다. 일본 JCB를 비롯한 많은 카드사가 레이디카드의 성공 비결을 배워갔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 특별취재팀 =이학영 금융팀장, 고기완 허원순 백광엽 정한영 박수진 박해영 김인식 최철규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