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case.co.kr 얼마 전 동료들과 함께 지방에서 올라오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성인용 코미디 테이프를 하나 샀다. 지금은 신세대문화에 밀려났지만 아직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코미디언의 만담을 담은 것이었다. 호기심 반 심심풀이 반으로 별 기대없이 샀지만,덕분에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2시간 내내 배꼽을 잡았다. 늘 이렇게 웃으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웃음은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까지 즐겁게 해준다. 백화점 도우미의 친절하고 상냥한 웃음에 자신도 모르게 지갑에 손이 간 기억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상업적 전략인 걸 알면서도 웃음에 매료되는 건 어쩔수 없다. 하지만 '힘들어서''고민이 많아서''피곤해서' 등의 이유로 웃음을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이 많다. 과연 이런 것들이 웃음을 짓지 못하는 진짜 이유일까. 생활고가 이유라면 부자들은 언제나 웃고 가난한 사람들은 늘 찡그리고 살아야 옳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환경속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어려움속에서도 즐겁게 사는 이들이 더 많다. 결국 웃음은 환경이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웃으면 우리 몸의 6백50개 근육 중 2백31개 근육이 움직인다고 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웃는 연습을 해왔다. 타고난 인물이 그리 뛰어나지 못해 좋은 인상이라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다. 내 웃음으로 주위 사람들이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저녁 잠자리에 들기전에 10번 이상 미소짓는 연습을 한다. 웃는 연습 자체가 웃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아내는 코미디언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좌절 실패 갈등 분노 실망도 많았지만 웃는 연습은 자연스레 생활습관이 됐다. 그래서인지 일도 잘 풀리고 사람들도 나를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준다. 이게 바로 '웃음의 마력'이 아니겠는가.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다. 다만 사람마다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가 다를 뿐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그날,코미디언의 만담을 담은 테이프는 휴게소마다 있었다. 단지 점잖은 체면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뿐이었다. 그날도 그 테이프가 인기 절정이었지만 갖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본의 아니게 내 주머니에 들어오게 됐다. 지금도 나는 가끔씩 그 테이프를 들으며 웃곤 한다. 우리는 체면 때문에 너무나 많은 웃음을 잃고 사는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