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6시.중국 라디오 FM 90.0을 켜면 시보(時報)가 끝나기 무섭게 한국노래가 흘러나온다. H.O.T 베이비복스 등 한국가수의 강렬한 리듬이 1시간 동안 쏟아진다. 음악 중간중간 사회자가 한국음악을 소개한다. 이는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유일한 FM방송인 중앙인민방송의 '한국을 경청한다(聆聽韓國)'프로그램.한국음악이 중국 대륙 곳곳에 매일 1시간 동안 울려 퍼지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 사회자인 장둥(張東)씨 사무실에는 우편엽서가 늘 수북이 쌓여 있다. 전국에서 배달된 '한류(韓流) 팬레터'다. 매주 1천여통의 팬레터가 날아들고 있단다. '한국을 경청한다'는 음악뿐만 아니라 한국상품을 소개하는 장(場)이기도 하다. 실제로 관광공사 관계자,대기업 상사원,한국유학생 등이 나와 각종 한국 관련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상품을 선전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한국 관광상품 홍보가 많다. 사회자 장둥씨에게 고민이 하나 있다. 광고주를 잡지 못한 것이다. 그는 "홍보의 장을 만들었는데도 한국기업의 반응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프로그램 공동 기획자인 베이징(北京)의 김윤호 우전소프트 사장이 3개월여 기업들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한류의 파워센터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기업들의 무관심으로 한계를 맞이할 수도 있다. 한류는 수년 전부터 유행하는 대중문화 현상이다. 이를 타고 많은 문화기획사들이 중국에 진출,문화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결실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그릇된 기획,과당경쟁으로 한류를 밀어내고 있다. 한류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한데 그 이유가 있다. 한류의 가치는 중국에서 음반 몇장 팔고,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여는 데 있지 않다. 그 한류가 비즈니스와 결합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게 돼있다. 중국 내 한류 바람은 점점 차분해지고 안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한류의 힘을 어떻게 중국 비즈니스에 끌어들여야 할지,정책 당국자와 업계 모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