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햇동안 서울시내 아파트에서 50조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50조원이라니.이는 우리나라 올해 예산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금도 아파트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고,최근에는 그린벨트 해제 등과 맞물려 전국의 땅값마저 들썩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값의 상당 부분은 이미 거품이다. 집값이 올랐다고 하나 주택으로서의 '값어치'가 높아진 것도 아니다. 생산활동 또는 생산성 향상에 기인한 부가가치의 창출 탓도 아니다. 단순한 '자산인플레'일 뿐이다. 주택은 노후화하면서 매년 감가상각에 따라 값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수요의 증가,교통,환경 등 주변여건에 따라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고 물가상승에 따라 값이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은 계속 경기침체로 우리경제가 바닥에 머물렀고,주택보급률도 거의 1백%에 이르러 주택시장이 급격히 요동을 칠 요인이 잠재해 있던 것도 아니다. 거품이란 글자 그대로 실질가치를 상회하는 가격이 덧씌워진 것이다. 대개는 수요와 공급이 일시적으로 어긋날 때 지나친 기대심리와 투기로 과도하게 가격이 상승하지만,시장의 밸런스가 맞으면 거품은 빠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른 상품보다도 부동산거품은 독성이 강하다. 주택이나 땅은 덩치가 큰,특정계층이 과도하게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다. 이로 인한 시장왜곡은 국민경제에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주택공급은 단기간 내에 늘리기가 여의치 않고,땅은 한정된 재화로 공급 자체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거품이 좀체 빠지지 않는다. 우리의 경제성장기에도 부동산 거품은 크게,때로는 작게 부풀려 있었고,또한 계속 남아 경제의 독으로 작용했다. 국토면적이 좁아 땅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한번 오른 값은 떨어질 줄 몰랐다. 지금도 우리의 땅값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경제를 살리려고 많은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수출이나 설비투자보다 손쉬운 소비와 건설경기 진작을 택했다. 아파트분양권 전매 허용,그린벨트 완화 등은 주택시장을 통해 경기에 부채질을 한 것이었다. 또 SOC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을 확충하고,투자의 파급효과를 기대해 보았다. 이것은 나름대로 약효가 있어서 경기회복의 징후를 가져왔다. 그러나 주택값의 뇌관을 건드려 부작용을 가져왔다. 과거에도 경기가 위축되면 경기부양 수단으로 건설투자를 확대했다. 그리고 투기붐을 조성했다. 이 때는 투기가 약이었다. 마약이었다. 마약은 일정량을 초과하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재정투자없이 주택공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투기의 효험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나쁜 법이다. 최근의 부동산 거품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윈-윈 게임이 아니다. 과소비를 촉진하고 소득분배를 그르친다. 집 없는 자들을 절망시킨다. 뿐만 아니라 고물류비,고금리,고지가로 통칭되던 소위 3고(高)시대의 어려움은 곧 경제의 경쟁력 약화를 뜻한다. 특히 이번처럼 특정지역의 고급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상승은 소득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다. 우리도 80년대 초와 90년대 초 격심했던 부동산파동과 거품이 빠지는 아픔을 경험했다. 일본은 90년대 초 부동산거품 위에 세운 경제가 무너진 후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가격거품을 걷어내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강남 집값에 대한 대응으로 쏟아 놓은 부동산대책은 단기적 처방에 치중하고 있다. 우선 가격을 억누르겠다는 것인데,과연 가능할까. 이 같은 냄비정책보다는 차제에 토지공급,주택공급에 대한 안정적 공급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토지및 저소득층 주택 공급에 대한 공공의 역할은 계속 확대돼야 한다. 강남에 집중돼 있는 재건축 시장은 오히려 중소도시의 도시개조와 리모델링의 에너지로 전환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부동산 관련 세제도 거래단계 중심체제에서 보유단계 중과세로 바꿨으면 한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