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다산칼럼 2002.2.14)에 이어 부패문제를 한번 더 다룬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는 부패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일반적인 영향을 다루었고,이번에는 국제기업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모든 국가들이 자국내의 부패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법률을 갖고 있지만,자국기업이 해외에서 저지르는 부패를 규제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처음으로 법제화한 것이 1977년에 제정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이다. 이 법의 제정으로 미국기업은 해외에서 뇌물공여 등 부패를 저지르면 미국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됐다. 이 법이 제정되자 미국계 국제기업의 불평이 불거져 나왔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다른 나라 기업은 관련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데 자기들만 못하니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동감한 미국정부는 다른 나라들을 압박해서 이른바 '부패라운드'라고 불리는 OECD 협약을 유도해냈고,현재 35개국이 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세계 모든 국가가 다 가입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불공평하다. 누구는 뇌물을 주고,누구는 줄 수 없기 때문이다.미국 정부가 다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외부패방지법은 분명히 옳은 것인 데,이를 철저히 시행하려고 하니 자국기업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선도자 열위(first-mover disadvantage)'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 방법은 산업별로 국제기업간 반부패협약을 맺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을 하다 보면 관련 경쟁기업들은 서로 잘 알게 된다. 더욱이 누가 어떨 때 어떤 뇌물을 주는지까지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이들이 단합을 한다면 공동의 반부패 정책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합의하기란 쉽지 않다. 설령 일시적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언젠가 이를 역이용하는 이탈자가 나타날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두번째 방법으로 기업이 일방적으로 반부패정책을 표방하고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다. 이 경우 보통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선도자 열위가 아닌 '선도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를 가져올 수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영국의 정유회사 쉘(Shell)은 반부패정책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회사로,자체 감사에서 부패사건이 발견되면 철저한 징계로 다스린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T)는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해외지사장을 해고했는데,그 이후 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조차 시장점유율과 이윤이 올라갔다고 한다. 또한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나이지리아에서 세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기보다 공장 폐쇄 쪽을 택했다. 부패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많은 나라가 부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특히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보고 있는 중국의 경우 부패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중국에서는 부패로 인해 연간 국내총생산의 15%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중국 전역의 법원들이 처리한 부패사건은 모두 2만2천건에 달했다. 드러난 것이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최근 베이징 시장이 중대 발표를 했다.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가장 깨끗이 치르겠다는 것이다. 올림픽 관련 프로젝트를 전세계적인 공개입찰을 통해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모든 절차를 인터넷을 통해 전국민에게 공개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 외국 전문가도 초빙할 예정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하고 있다. 2008년 올림픽과 관련해 중국특수가 예상된다.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중국에서는'관시(關係,guanxi)'가 중요하다고 우기면서,인간관계에 필요 이상의 정력을 쏟고 적당히 뇌물이나 주면서 사업하려 한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철저한 반부패정책을 앞세우고 가격과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각종 게이트에 휘말려 있는 국내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글로벌시장에서는 정도(正道)경영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해외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