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되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고 나선 탓에 섣불리 아래쪽으로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환율은 박스권내에서 어느 한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기보다는 장중 수급상황에 따른 변동에 국한되고 있다. 고점에 대한 인식과 경계감이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는 구실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번주( 3. 11 ∼ 3. 15) 환율은 수급상 수요우위의 상황을 반영, 고점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1,325원 이상에서 강력한 매물벽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를 뚫을 경우 1,330원까지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1,330원 이상의 상승도 예상하고 있다. 여드레째 지속된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시장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송금수요에 대한 부담은 쉽게 달러매도초과(숏)상태를 취할 수 없게끔 만들고 있는 셈. 달러/엔 환율이 최근 130엔 밑에서 큰 등락을 보이지 않으면서 변수로서의 역할은 미미하다. 달러/엔보다는 증시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주 환율은 한 주 내내 상승세를 이어 1,320원대에 안착한 흐름을 보여줬다. 저점을 꾸준히 높이며 매물벽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던 1,320원을 뚫고 고점 테스트에 나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국내 증시의 견조한 상승세, 실물경제지표의 호조 등 경제 펀더멘털과 달리 환율은 외국인 주식순매도 지속에 따른 역송금수요에 부담을 가졌으며 대체로 수요우위의 장세를 연출했다. ◆ 고점 테스트 가능성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315.33원, 고점은 1,329.2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314.70원, 고점인 1,324.40원에서 상향됐다. 9명의 딜러가 1,330원이 고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으며 5명이 1,325∼1,328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소수 의견으로 1명의 딜러가 1,335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아래쪽으로는 1,315원을 저점으로 본다는 견해가 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317∼1,318원에서 4명의 딜러가 지지선으로 전망했다. 1명의 딜러가 1,310원까지 내려설 것으로 예측했다. ◆ 달러/엔보다 수급 = 지난 7일 하루새 3.4%나 속락하기도 했던 달러/엔은 지난주 중반까지 틈틈이 낙폭을 회복, 129엔대로 올라섰으나 이후 추가 상승은 저지됐다. 3월 들어 진행된 엔화 강세는 이달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계절적 요인과 일본 정부의 증시부양책에 따른 닛케이지수 등의 상승세가 크게 공헌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주말 달러/엔은 129.04엔에 마감,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준 상태. 이에 따라 달러/엔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관심권 밖으로 다소 밀려난 상태. 밤새 뉴욕에서의 움직임이 개장가에 반영되는 정도일 뿐 장중에는 수급상황에 초점을 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업체들의 네고물량은 일단 1,320원대에서 적극적인 출회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주에도 고점 매도 인식에 따라 1,320원대에서는 전자업체를 비롯한 업체들 물량이 공급됐으며 시중포지션은 꽤 무거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으로 이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물량 출회에도 불구, 외국인 주식순매도 행진이 여드레째 지속되면서 역송금수요가 축적됐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주 목, 금요일 각각 3,789억원, 1,658억원에 달한 순매도는 이번주 초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순매도가 삼성전자에 치우쳐 순매도금액 가운데 얼마정도가 역송금수요로 등장할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절반 정도만 돼도 2억달러 이상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반도체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차익실현을 위해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역송금수요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외국인의 주식순매도는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행보가 이어지면 이번주에는 고점 테스트가 이어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도 행진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고 공급우위의 장세로 전환하고 달러되팔기(롱스탑)가 이뤄진다면 1,315원까지 급락할 여지도 있다. 다만 정유사 결제수요 등이 1,315원 아래로는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스권을 깰만한 계기나 모멘텀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활발한 환율 움직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거래자들의 생각이다. 거래의욕을 잃고 있는 거래자들도 꽤 많다. 시장거래자들은 수급에 따른 장세이기 때문에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올라설 가능성도 적으며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순매수에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아래로 빠질 여지도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래저래 박스권설정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