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조흥은행장 후보로 만 49세의 홍석주 상무가 추천되자 금융계에는 놀라움과 우려감이 교차했다. 대형 시중은행에서 '40대 행장'이 출현하게 된 것이 놀라움이었다면, 선배만 2백80여명을 '거느린' 행장이 은행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라는 반응은 우려감이었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런 놀라움과 우려는 새삼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장의 면면과 위상이 이미 엄청나게 변했기 때문이다. 우선 나이가 그렇다. 홍 행장 내정자를 포함, 조흥 한빛 제일 등 9개 시중은행장의 평균 연령은 54.4세. 이에 비해 지난 1995년 당시 15개 시중은행장의 평균 연령은 59.9세였다. 7년 만에 은행장의 평균 나이가 5세 이상 젊어진 셈이다. 뿐만 아니다. 1995년 당시에는 후발은행을 제외한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국민 외환은행의 행장이 모두 자행 출신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시중은행중 홍석주 조흥은행장 내정자와 이인호 신한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을 제외한 6명의 행장이 '이방인'이다. 단순히 출신 은행이 달라서 '이방인'이 아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증권계 출신이고 이덕훈 한빛은행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다. 변한 것은 나이나 출신같은 외적 요소만이 아니다. 외환위기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은행장의 권한은 '하늘과 땅 차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은행장이 인사권과 여신권을 틀어쥐고 '황제'로 군림했다. 지금은 인사위원회와 여신위원회에 권한이 분산돼 있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변화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하는 점이다. 물론 외환위기 전의 은행장이 필요 이상으로 '권위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은행 출신들이 은행장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능력에 관계없이 무조건 기존 은행 출신을 배제하는 것은 또다른 편견"이라는 것이다. 특히 안정성과 보수성이 중시되는 은행 경영의 특성상 무작정 '젊은 피'만 선호해서도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