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기업으로 채권단의 관리하에 있는 대우전자가 다섯번째 컨설팅을 받고 있다. 지난 1999년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2년3개월 만이다. 그동안 부즈알렌을 시작으로 안건회계법인 PwC KPMG가 대우전자를 훑고 갔다. 지금은 영화회계법인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번에 책정된 컨설팅비만도 1백5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상위 회계법인들이 모두 한 번씩은 대우전자를 '고객'으로 모신 셈이다. 덕분에 경영관리단이 입주해 있는 대우전자 14층의 한 쪽은 명패만 바꿔달았지 항상 외부 회계사와 MBA들로 북적거린다. 대우전자가 '컨설팅업계의 봉'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컨설팅의 목적 자체는 매번 달랐다. 기업구조개선안을 짜기 위한 자료 작성,해외매각,기업분할 등등.공통점도 있다. 매번 자산부채의 실사(實査)라는 기초작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닮은 꼴은 애초에 기대했던 컨설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용이 많이 지출되긴 했지만 그동안의 컨설팅 성과가 모두 허공으로 날아간 건 아니다. 나중에 보다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한 훌륭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른 시각이 더 많다. 수차례의 컨설팅은 채권 회수를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다 강구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로서도 근거는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컨설팅비는 곧 책임비용이지만 이는 대우전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분명한 것은 이런 방법이 대우전자와 채권단 모두를 위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번째 컨설팅 목적인 기업분할은 지난해 6월부터 대우전자가 계속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그만큼 은행이 기업을 몰랐거나 아니면 결국 부채탕감이라는 이름의 채무조정을 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셈이다. 소액주주와 대우전자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명분쌓기를 위한 컨설팅은 이제 그만두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심기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