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서 이스트리버 건너 퀸스에 있는 플러싱.뉴욕에 흩어져 사는 40만 한국교포들에겐 고향과 같은 곳이다. 많은 교포들이 고달픈 이민생활을 시작했고,지금도 여전히 뉴욕 교포사회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인타운이다. 한인들이 주류세력으로 '작은 한국'으로 불렸던 이곳에 몇해전부터 중국계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지금은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선 중국계상점들이 한인업소들과 치열한 상권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시의원선거에서는 이지역에서 중국계후보가 한인후보를 물리치고 뉴욕시 사상 첫 아시아계 시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플러싱의 주류가 한인에서 중국인으로 변하는 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플러싱의 신세대 문화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플러싱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원더 포에버'라는 중국계 음반판매점.대형 TV화면에 하루종일 한국가수들의 콘서트 공연실황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온다. 진열대엔 HOT 안재욱등 한국 인기가수들의 음반이 꽉차 있다. 벽에는 김희선 장동건 등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인근 중국계 비디오대여점에는 '친구'등 최신 한국영화와 '사랑은 그대 품안에'에서 최근 인기드라마인 '가을동화'까지 각종 한국 연속극비디오가 비치되어 있다. 중국 대만을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이 미국내 중국계 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계 음반판매업체를 찾는 중국계 손님들도 부쩍 늘고 있다. 플러싱은 물론 맨해튼과 뉴저지주 포트리 등 한인 밀집지역의 음반판매업체에는 한국가요(CD)나 영화(DVD) 판매의 30%이상이 중국계 청소년들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메이드인 코리아'를 파는 화장품가게나 악세서리 매장들은 별도의 광고를 하지 않아도 중국손님들이 찾아온다. 순두부 등 일부 전통음식점에는 중국손님들이 절반을 넘을 정도다. 중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민족.때문에 '한류'열풍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희소식인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