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융증권리서치업체인 '스톡피아'는 은행의 인터넷 뱅킹 담당자들을 설문조사했다. 각 은행이 어떠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평가 대상이 되는 서비스는 거래관련서비스,고객지원서비스,정보제공,사용의 편리성,시스템 안정성으로 구분됐다. 물론 대분류에 따른 각각의 소분류에 대한 설문조사도 함께 실시됐다. 이 결과 은행들이 인터넷 뱅킹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서비스는 거래관련서비스도 아니고 고객지원서비스도 아닌 '시스템 안정성'이었다. 인터넷 뱅킹에서 시스템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 뱅킹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이른 현 시점에서도 시스템 안정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다. 국내에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도입된 지 올해로 4년째다. 인터넷 뱅킹 가입 고객수는 1천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도입기와 발전기를 거쳐 성숙기에 이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뱅킹의 도입기에는 시스템의 보안·안정성 등을 가장 중시해 이에 대한 노력과 투자가 집중된다. 그 후 발전기에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각종 신서비스의 도입에 가속력이 붙게 되며,성숙기에는 발전기에 무분별하게 도입됐던 서비스를 어느 정도 가다듬고 제2의 발전기를 준비하게 된다. 인터넷 뱅킹의 발전기에 거래관련서비스가 중점이었다면,성숙기에는 단연 고객지원서비스가 중점이 돼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터넷 뱅킹을 구성하는 여러 서비스 중에서 고객지원서비스가 거래관련서비스보다 약간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예상 밖으로 시스템 안정성에 가장 큰 가중치가 부여되었다. 이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겉으로는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은행 내부적으로는 인터넷 뱅킹의 도입시기인 발전기의 상황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선진국 사람과 개도국 사람에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일수록 원초적 요소인 의식주보다 고차원적인 요소와 관련된 답변을 할 것이다. 인터넷 뱅킹 또한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 뱅킹 서비스에서 시스템 안정성이란 사람의 삶 속에서 의식주와 같은 요소로 생각할 수 있으며,서비스가 발전할수록 고차원적인 면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인터넷 뱅킹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이니 만큼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증권거래와 관련된 설문조사의 경우 매매체결에 가장 큰 가중치가 부여되었으며,속도 및 안정성은 3위에 그쳤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은행 내부적으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식 전환이 거의 이루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4년 동안 인터넷 뱅킹을 제공하는 은행들의 의식수준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한 은행장이 캥거루 옷을 입고 영업점에 나타났다. 그가 어떠한 옷을 입고 나타났는지를 거론하자는 것이 아니다. 변해야 한다는 것,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국내의 모든 은행을 대변해 보여 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금융기관'이라는 보수적 이미지가 너무도 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인터넷이란, 기존의 오프라인이 취했던 접근 방법보다 더욱 다각화되며,틀을 깨는 접근 방법의 시도가 필요한 분야다. 인터넷 뱅킹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의 영업점을 대하듯 인터넷 뱅킹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작년까지 시스템 위주의 하드웨어 개혁이 진행되었다면,올해부터는 선진 마케팅 역량 강화 등 소프트웨어 혁신 시대가 진행될 것이다. 인터넷 뱅킹 또한 올해부터는 인터넷 뱅킹의 시스템적 측면보다는 서비스측면을 보다 강화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그래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 kchang@stockpia.com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